“처음에는 길도 제대로 없었어요.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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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길도 제대로 없었어요.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1.09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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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달려온 한국문화재재단 라오스 ODA 사업팀을 만나다!

 

 

 

추운 한국과 대조되는 뜨거운 햇빛이 가득한 12월의 라오스. 라오스 남부도시 팍세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참파삭에서 문화유산 복원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이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라오스 ODA사업팀은 2013년도부터 현재까지 홍낭시다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7일 홍낭시다 복원 현장을 직접 방문해 백경환 현장소장에게 ODA사업과 홍낭시다에 대해 물어봤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문화재재단 국제교류팀 라오스 ODA사업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백경환입니다.

 

- 맡고 계시는 ODA사업은 어떤 것인가요?

 

ODA사업은 공적개발원조의 약자로, 주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훌륭한 자원은 있으나 기술이나 자본이 부족해 진행하지 못한 일을 주변 국가에서 도와주는 사업입니다. 이번 라오스 홍낭시다 ODA사업은 문화유산 복원 사업으로서는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로 2013년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 홍낭시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홍낭시다는 라오어로 홍(큰 건물), (아가씨를 높여 부르는 말), 시다(사람이름)이 합쳐진 말입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하자면 시다공주의 방이라는 뜻입니다. 이 시다공주는 라오스의 구전설화 중 하나인 낭시다와 카타남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추정됩니다. 시다 공주가 아버지를 위해 희생했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 아버지가 건립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시다 공주는 괴물에게 먹히기 직전 카타남이라는 청년에게 구출되었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낭시다 현장에서 설명 중인 백경환 한국문화재재단 라오스 ODA 사업 현장소장 (사진 = CPN문화재TV)
홍낭시다 현장에서 설명 중인 백경환 한국문화재재단 라오스 ODA 사업 현장소장 (사진 = CPN문화재TV)

 

- 처음 홍낭시다 현장에 오셨을 때는 어땠나요?

 

정말 맨 땅에 헤딩이었습니다. 처음 이 곳으로 왔을 때는 지금처럼 진입로 자체가 없었습니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임시로 바닥에 파쇄석을 깔고 목교 다리를 설치해서 겨우 차가 오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유적 역시 신상 봉안소(셀라)가 붕괴돼 있었고 유적 전반에 걸쳐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가 막막했습니다.

 

- ‘코리안 키즈라는 별명이 있으셨다구요?

 

사실상 별명이라기보다 멸칭에 가까웠습니다. 프랑스 전문가들이 저희를 그렇게 불렀어요. 라오스에는 많은 나라들이 문화재 ODA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그 중에서도 한국 연구진이 가장 젊은 편에 속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 크메르 유적의 복원은 처음 하는 사업이고, 유적의 훼손상태도 심각했으니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이죠. 물론 세월이 흐르고 다들 라오스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에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말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라오스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가장 먼저 언어를 배웠습니다. 말이 통해야 그 나라의 문화와 정치 등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이야 여러 매체에서 라오스에 대한 것들을 다루지만, 제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정보를 찾는 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사전정보 없이 스스로 현장에서 몸으로 겪으며 적응했었습니다. 이 곳 팍세는 아직이지만, 수도인 비엔티엔이나 세게문화유산 도시인 루앙프라방에는 요즘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돌병원 내부를 안내 중인 전유근 한국문화재재단 박사 (사진 = CPN문화재TV)
돌병원 내부를 안내 중인 전유근 한국문화재재단 박사 (사진 = CPN문화재TV)

 

- 홍낭시다 복원 과정은 어땠나요?

 

꽤 애를 먹었던 점이 많았습니다UXO(Unexploded Ordnamce)나 지뢰들이 여전히 유적 주변에 묻혀 있구요유적 자체도 붕괴된 후 오랜기간 방치돼 훼손상태도 심각했습니다. 또한 1975년에 라오스가 공산화되면서 문화유적도 많이 파괴가 됐었습니다. 실제로 홍낭시다의 많은 부재와 유물들이 붕괴와 훼손으로 지하 1M 이상의 퇴적층에 묻혀 있었고 그것들을 모두 수습해서 조사를 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복원을 위해 수습한 부재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 석재를 전문적으로 보존처리하기 위해 석재보존처리장(돌병원)을 조성했습니다. 세계유산 지역이라 신축이 엄격하게 금지돼 평창올림픽에서 사용된 특수천막을 활용해서 임시로 만들었던 것이죠. 이곳에서는 전유근 박사님이 부재(석재)들을 보존처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라오스 ODA 사업 현장 수장고에 보관 중인 금동요니 (사진 = CPN문화재TV)
라오스 ODA 사업 현장 수장고에 보관 중인 금동요니 (사진 = CPN문화재TV)

 

- 홍낭시다에서 라오스 최초로 금동요니를 발견하셨는데, 요니에 대해 알려주세요.

 

요니라는 것은 여근을 상징하는 것으로 링가(남근)와 결합된 형태로 주로 쓰입니다. 주로 사암으로 만들어지고, 고대 크메르 시대의 유물입니다. 금동으로 된 요니의 발굴은 라오스에서도 최초여서 한국과 라오스의 많은 언론에서 대서특필이 됐었습니다. 이것을 한국 복원팀이 발굴해 이번 ODA사업 최고의 성과로 평가받았습니다. 요니가 발견된 곳은 홍낭시다 사원 플랫폼 하부였습니다. 아직 라오스의 수장고는 항온·항습 시설이 없는 열악한 상황으로 보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기술진들이 꾸준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금동요니는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항온·항습이 유지되는 특수함에 넣어 보관중입니다.

 

- 20202월에 새로운 라오스 ODA 사업 계획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업인가요?

 

2013년도부터 시작된 1차 사업이 2020년에 마무리가 될 예정입니다. 1차 사업은 훼손이 심한 유적의 추가붕괴를 방지하고 구조적 안정화를 도모하는 긴급보수정비의 차원에서 유적의 복원에 집중해서 진행됐습니다. 현재 계획중인 2차 사업의 핵심은 잘 보존된 유적의 관광자원화를 통해 수원국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1차 사업이 유적의 보존과 복원에 집중됐다면, 2차 사업은 유적의 종합정비와 함께 관광자원화를 위한 주변 인프라를 개선해주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진입로와 관람로를 개선하고, 홍보전시관, 쉼터 등 편의시설을 정비하는 겁니다. 유적만 복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찾고 향유할 수 있는 역사문화유적으로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유적이 유지관리될 수 있도록 인적자원의 역량강화에도 지원을 계속 해나갈 계획입니다.

 

백경환 소장은 라오스를 시작으로 더 많은 문화유산 ODA 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리안 키즈로 불리던 이들이 유네스코의 극찬을 받기 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쉼 없이 달려온 한국 문화유산 복원팀의 도전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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