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짝 안에 있는 보물, 보호각 역할을 못하는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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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짝 안에 있는 보물, 보호각 역할을 못하는 대웅전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3.0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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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괘불탱, 보물 제1551호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

 

진천 영수사 대웅전 (사진 = CPN문화재TV)
진천 영수사 대웅전 (사진 = CPN문화재TV)

 

충북 진천군 두타산에는 영수사, 진천읍내에서 멀지않으나 골짜기 한참 위에 위치해있는 조용한 사찰이다. 918년 증통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한 문헌기록은 1871년부터 드러난다. 원래 작은 암자였으며, 조선시대에 몇 번 수리하다가 1947년 혜철 스님의 중창으로 현재에 이른다.

 

보물 제1551호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과 충북 유형문화재 제317호 ‘진천 영수사 신중도’를 보호하고 있는 진천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보물 제1551호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은 1653년 백련사에서 4명의 승려가 그린 것을 영수사로 옮겨 왔다. 가로 5.79M, 세로 8.35M에 이르는 대형 괘불탱화로서 진천지역에서 유일한 조선시대 괘불탱화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괘불탱으로서 조선 후기의 불교회화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큰 가치를 지닌 문화재는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난 3일 진천 영수사에 방문해 보물 탱화를 관람하고 싶다고 청했다. 그러자 스님은 대웅전 안으로 안내했고, 어처구니없게도 한 궤짝을 가리켰다.

 

“지금 이 궤 안에 보관 중입니다.”

 

국가의 보물은 궤짝 안에 보관 중이었으며, 위에는 잡동사니들이 올려져있었다. 도저히 문화재를 보관할 환경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대웅전은 정면3칸, 측면 3칸의 건물로 12평 방 크기보다 큰 탱화를 걸어두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곳을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보호하는 전각으로 규정하고 예산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보물을 보관중인 궤, 위에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사진 = CPN문화재TV)
보물을 보관중인 궤, 위에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사진 = CPN문화재TV)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스님에게 되묻자 원래는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즉 보호각을 지어달라고 예산을 신청했는데, 지원이 거부되고 그냥 현 대웅전에서 보호하라고 하였다는 문화재청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문화재청 담당과장인 박희웅 유형문화재 과장에서 문의를 하자, “원래 보관되어 있었던 곳을 보수하기 위한 예산지원이었고 설계를 하면서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답변했다. 

 

진천 영수사 동관스님은 “탱화 크기가 워낙에 크다 보니 평소에는 궤 안에 보관 중에 있습니다. 부처님이 오신 날처럼 특별한 날에만 장치를 이용해서 밖에 전시를 하고 있고요”라고 말했다.

 

보물 제1551호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 안내판, 정작 문화재는 볼 수 없다 (사진 = CPN문화재TV)
보물 제1551호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 안내판, 정작 문화재는 볼 수 없다 (사진 = CPN문화재TV)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리 재정현황’에 따르면 2019년 전통사찰보수정비 사업 일환으로 ‘요사채, 공양간 개축’을 2억 5천을 들여서 진행했고, 2020년 문화재보수정비 사업으로 ‘보호각 보수’를 2억 7천의 예산이 배정된 상태다.

 

‘보호각 보수’라는 예산은 현재 탱화를 보관중인 대웅전을 수리·변형하기 위해 배정됐다. 하지만, 12평 크기의 탱화를 보관하기 위한 변형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박기화 사적분과 문화재전문위원은 “오는 10일, 영수사를 방문해 탱화의 보관 실태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주변의 석축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2020년 배정된 보호각 보수 예산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괘불탱을 지닌 진천 영수사, 가치 있는 문화재를 국민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궤 안에 갇혀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말로만 조선 후기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불교문화재라고 이야기해선 안 되고 모두에게 그 진가를 알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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