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한일전, 국보 해체보수에 담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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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한일전, 국보 해체보수에 담긴 승부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4.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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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대웅전을 지킨 만공스님과 김덕희
국보 제49호 '예산 수덕사 대웅전' (사진 = 문화재청)
국보 제49호 '예산 수덕사 대웅전' (사진 = 문화재청)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재 수리보고서는 무엇일까. 바로 1937년부터 1940년까지 진행된 예산 수덕사 대웅전해체보수 공사다. 현재는 국보 제49호로 지정되어있는 문화유산으로 1308년부터 여러 번 수리와 중창을 통해 지금의 우리 곁에 남아있다.

 

당시 공사는 예산 수덕사 대웅전이 백제 계통의 목조건축 양식을 이은 건물이었기에 일제강점기 임나일본부설(백제와 가야, 신라는 일본 역사의 일부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해체수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공사가 진행되던 1937년은 중·일 전쟁이 발발해 문화정책에서 민족말살정책으로 정책이 가혹화 되어 가던 시기였으며, 우리의 문화재가 많이 불법반출 되거나 훼손당하는 일이 매우 비일비재했었다.

 

공사 당시 주지였던 만공스님 (사진 = 수덕사)
공사 당시 주지였던 만공스님 (사진 = 수덕사)

 

조선총독부는 일본인 목수 이케다(池田)에게 도편수(총 책임 목수)를  맡기려 했었고, 당시 수덕사의 만공스님은 우리의 건축물을 왜놈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만공스님은 인근에서 조선인 최고의 사찰목수로 평가받던 김덕희에게 공사를 맡기자고 주장했으며, 이로 인해 총독부와 큰 마찰이 발생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케다와 김덕희 중 더 실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대웅전 수리를 맡기자고 결론이 나게 된다. 송판 두 장을 대패질해서 노끈으로 칭칭 감아 우물에 던진 후, 하루가 지난 뒤 꺼내서 더 오래 붙어 있는 쪽이 도편수, 다른 사람은 부편수가 되기로 했다.

 

송판을 더 섬세하게 대패질할수록 접착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목공의 기본으로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시합의 결과는 김덕희의 승리였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만공스님이 송판 사이에 풀을 더 해서 김덕희를 도왔다는 말이 있으나, 김덕희가 공식적으로 승리해 도편수를 맡았고, 현재까지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대웅전을 보면 솜씨가 거짓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들보의 수평과 경사방향 갈라짐, 초방과 우미량 파손, 정면과 배면 제공의 균열 및 손상, 지붕 처짐과 기와 함몰 등 구조적 안정성을 우려할 만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그 원인 규명 등을 위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해체보수 등 적절한 보존대책 마련 필요하다고 서술되어 있다.

 

2019년 3월, 수덕사 점검 현장에 방문했던 정재숙 문화재청장 (사진 = 문화재청)
2019년 3월, 수덕사 점검 현장에 방문했던 정재숙 문화재청장 (사진 = 문화재청)

 

이에 단청기록을 토대로 방염·석축 공사 등을 진행했다. 20193월에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예산 수덕사를 방문해 대웅전의 안전상태를 점검했다.

 

대웅전을 지킨 일등공신인 만공스님은 하루에 두 번 섬이 되는 사찰로 유명한 간월암을 1941년 중창했으며, 그곳에서 광복을 기원하는 천일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조국을 사랑했으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에 일제의 손길이 닿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우리 민중의 저항정신을 보여줬다.

 

도편수 김덕희는 우리나라 사찰 목공의 대가였으며, 그의 제자라 칭하는 이들에 의해 국가무형문화재 대목장’, ‘소목장으로 세분화 되어 길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만공스님이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예산 수덕사 대웅전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일본의 양식이 강하게 들어간 사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문화재를 지켜낸 사연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문화재에 담긴 이야기를 잘 풀어내 만공스님과 김덕희 목수를 기억하고, 문화재를 지킴으로서 애국했던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올바르게 문화재 수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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