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석, 문묘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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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화석, 문묘 은행나무
  • 이경일
  • 승인 2020.04.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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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59호 서울 문묘 은행나무 (서울 文廟 銀杏나무)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유명하다. 3억 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나무로, 여러 번의 혹독한 빙하시대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생물이 사라졌을 때에도 생존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식물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중국에서 불교와 유교가 전해질 때 같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을 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병충해가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어 정자나무 또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다.

서울 문묘 은행나무(사진=문화재청)
서울 문묘 은행나무(사진=문화재청)

 

문묘는 성균관대학교 정문 수위실 앞에서 바로 오른쪽(북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나타나는데, 공자의 신주(神主)를 모시는 사당이다.

 

서울 문묘의 은행나무는 천연 기념물 제59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이는 약 4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26m, 가슴높이 둘레 12.09m에 이르는 웅장한 나무로 가지 발달이 왕성하다. 남쪽으로 뻗은 굵은 가지에 방망이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은 혹이 아래로 달려 있는 게 특이하다. 유주(乳柱)라는 이름의 일종의 공기뿌리다.

은행나무의 유주(사진=문화재청)
은행나무의 유주(사진=문화재청)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오래된 은행나무는 대개 암나무이지만, 이 나무는 수나무이다. 원래 심었던 나무는 암나무로 가을철 열매가 많이 열려 냄새가 고약해 유생들이 공부하는데 불편했을 뿐 아니라, 은행 알을 주우려는 주민들로 소란스러워지자 선비와 학동들이 나무 앞에서 제사를 올려 수나무로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 은행나무는 성균관대 근처에 있는 문묘의 명륜당(明倫堂) 경내에 서 있는데, 임진왜란(1592) 당시 불에 타 없어졌던 문묘를 다시 세울 때(1602)에 함께 심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 문묘의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나무로 생물학적·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으며, 서울시의 보살핌으로 푸르게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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