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 넘는 벽화, 옮겨서 보존처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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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KG 넘는 벽화, 옮겨서 보존처리를 한다?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4.17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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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9호 영주 부석사 조사당(사진 = 문화재청)
국보 제19호 영주 부석사 조사당(사진 = 문화재청)

 

영주 부석사는 676년 의상대사가 문무왕의 명을 받들어 화엄의 큰 가르침을 핀 곳이다. 국보 제18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 5점과 보물 5, 시도유형문화재 2점이 있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불교문화재 사찰이다.

 

그 중에서도 국보 제46부석사 조사당 벽화는 부석사 성보박물관에서 엄숙한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는 국보 제19부석사 조사당의 안쪽 벽면에 있었던 벽화였으나 1916년 부석사 해체보수 당시에 분리되어서 별도로 목재 틀에 보관되어 있다.

 

사천왕, 제석천, 범천을 6폭으로 나누어서 그러져 있으며, 길이 205cm, 75cm에 무게가 하나에 300KG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벽화 가운데에서 무덤벽화를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특히 남아있는 수가 적은 고려불화로서는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100년간 부석사에 있던 벽화를 이전해서 보존처리를 할 수도 있다는 부석사 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제보가 들어왔다. 어떻게 된 연유일까.

 

부석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인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 (사진 = 문화재청)
부석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인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 (사진 = 문화재청)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3년도부터 2017년도까지 부석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있었던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 이번 보존작업에 대해 알게 된 경위가 무엇입니까?

 

2018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벽화의 기초조사 및 보존방안에 대해 진행했었습니다. 상태는 어떠한지 앞으로 벽화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들이 오갔었습니다. 지난 3월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과도한 광택과 오염 등으로 본래 색채를 알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존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보도자료를 보면 원래 있던 부석사가 아닌 이전해서 진행된다는 데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과학보존센터에서 맡아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합니다. 문제는 100년 동안 부석사에 있던 벽화들을 다른 장소로 옮겨서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부석사는 이미 성보 박물관이 있고 그 공간을 활용해서 장비들을 이용해 충분히 보존처리 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실제로 제가 학예사로 근무할 동안에는 1916년 목재틀로 들어간 이후로는 1985년 보존처리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수리가 없었습니다. 1985년 당시에도 부석사에서 진행했었습니다.

 

벽화 하나의 무게가 300KG이여서 사찰 내부에서도 옮길 때 상당히 고전했다고 들었습니다. 하물며 전혀 다른 외부로 옮겨서 보존처리를 하게 된다면 어떤 손상이 생길지 큰 우려가 됩니다.

 

벽화의 스캔본(사진 = 문화재청)
벽화의 스캔본(사진 = 문화재청)

 

- 현재 벽화의 상태는 어떠한가요?

 

100년 동안 목재틀에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이 훼손된 상황입니다. 색도 많이 바랬고 균열도 여러 군데 보일 정도로 보존 작업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다른 문화재들은 작업 환경의 안전을 위해서 원래의 자리에서 옮겨서 작업하는 상황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은 문화재의 상태가 양호하고 멀지않은 곳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가능했었습니다. 부석사 조사당 벽화는 크기도 크고, 무거울뿐더러 상태가 많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고 모험적입니다.

 

행여 옮겨서 작업을 한 뒤에 다시 부석사로 돌려보내는 것도 큰 과정입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훼손이 발생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고요. 부석사가 작은 사찰이거나 관련 시설이 부족하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성보박물관이 있고 그곳을 개조해서 임시 보존처리작업장으로 삼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옮겨서 보존처리를 하겠다는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화재청은 3월 문화재위원회의를 통해 부석사 조사당 벽화 보존처리 작업에 대한 안건을 가결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보존처리 방안을 수립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이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세세하게 과정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까지 벽화 운송과 조사, 2022년부터 2023년에는 과거 보강제를 해체작업,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보존처리, 2025년부터 2026년까지 기록화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문화재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맞지 않을까. 위험한 환경 속이라면 문화재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보호하는 것이 맞지만, 충분히 문화재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급박하게 바꿀 이유가 없지 않을까.

 

5년간 학예사로 있으면서 부석사의 문화재를 봐왔고 그렇기 때문에 벽화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김태형씨. 이럴 때만은 직접 현장에서 부딪혀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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