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물시계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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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물시계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완료
  • 정은진
  • 승인 2020.04.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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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과학센터,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완료
‘수수호’제작기법‧제작자 12명 중 4명의 실명 추가로 밝혀내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전후 (사진=문화재청)
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전후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17개월 만에 과학기술사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의 보존처리를 마쳤다.

 

자격루는 물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첨단 물시계로, 조선 시대의 국가 표준시계였다. 1434(세종 16)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만들었지만, 당시 만들었던 자격루는 지금 전하지 않고, 1536(종종 31)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인 파수호* 3, 수수호* 2점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다.

* 파수호(播水壺): 물을 보내는 청동 항아리로, 크기에 따라 대, , 소로 나뉨
* 수수호(受水壺): 물을 받는 청동 원통형 항아리. 두 점의 크기는 동일함

 

그 후 자격루는 일제강점기에 자리가 옮겨진 덕수궁 광명문 안으로 옮겨 전시되면서 흙먼지 제거와 기름 도포 등 경미한 보존처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청동재질로 된 자격루의 부식과 손상을 더 막기 어려웠고, 결국 지난 20186월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져 보존처리를 받게 됐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자격루의 보존 상태를 정밀조사하여 부식의 범위와 종류 등을 파악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적합한 보존처리 방법부터 찾아냈다. 3차원 입체 실측을 활용해 유물의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했으며, 비파괴 성분 분석으 보존 상태를 파악한 결과 표면에는 청동 부식물이 형성되었고, 그 위에 실리콘 오일 성분의 기름과 흙먼지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 등을 이용해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했고 재질 강화처리도 했다.

 

왼쪽 수수호 상단 명문 보존처리 전후 (사진=문화재청)
왼쪽 수수호 상단 명문 보존처리 전후 (사진=문화재청)

 

보존처리를 마치자 그간 정확한 관찰이 어려웠던 수수호(왼쪽) 상단의 명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 당시 주조 돋을새김(양각)한 명문에는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12명의 직책과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명문의 몇몇 글자는 마모되124명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새로 확인되는 성과가 있었다.

 

또한, 수수호의 표면을 3차원 입체 스캔과 실리콘 복제방법으로 평면 형태로 펼쳐봤다. 표면에 새겨진 용 문양은 왼쪽과 오른쪽 용 형태가 대부분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얼굴, 수염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용 문양과 겹쳐진 구름 문양은 먼저 표면에 용 문양을 붙인 후 구름 문양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계자는 수수호가 정교한 형태로 조각한 문양을 순서대로 붙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밀랍주조기법으로 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이번 보존처리는 자격루의 원형을 보존하고, 제작 참여자와 제작기법 등 사라진 기록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보존‧복원이 필요한 다양한 문화재의 보존처리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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