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대웅전 추녀 밑의 조각상, 어떤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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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대웅전 추녀 밑의 조각상, 어떤 이야기가?
  • 김민석 기자
  • 승인 2020.05.07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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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대웅전 조각상(사진=CPN문화재TV)
전등사 대웅전 조각상(사진=CPN문화재TV)

 

 

강화 전등사 대웅전은 대한민국의 보물 제178호로 화려한 불전의 장식과 부재의 숙련된 조각 수법이 특징이다. 전등사 대웅전은 건축사만이 아니라 미술사적으로도 우리 조상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문화재다.

 

이 전등사 대웅전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전등사의 추녀를 받치고 있는 조각상이다. 이 조각상을 살펴보면 벌거벗은 사람의 모습을 한 채로 쪼그려 앉아 추녀를 받치고 있다. 연붉은색을 한 이 조각상은 대웅전의 사방 모퉁이마다 배치돼 있다. 이 조각상에 대해서는 나부상, 원숭이, 나찰 등 다양한 견해가 갈린다.

*추녀 : 처마의 네 모퉁이에서 지붕의 하중을 받는 부재

 

이 조각상에 대한 의견들이 이렇게 갈리게 된 이유는 이 조각상 하나에 전해지는 이야기들 때문이다. 그 각각의 이야기들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나부상에 관한 이야기다. 전설에 따르면 당시의 대웅전 건축을 담당한 도편수가 있었다. 그는 공사 도중 한 주막의 주모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도편수는 자신이 돈을 벌 때마다 주모에게 건네주었다. 도편수는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여인에게 돈을 주었다.

 

도편수는 어느날도 다름없이 주모를 생각하며 대웅전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그가 주모를 찾아갔으나 여인은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도편수는 여인에 대한 배신감에 화가 치밀었다. 그의 분노는 작업현장인 대웅전 공사까지 전해졌고 대웅전 공사가 끝났을 때에는 대웅전 네 귀퉁이의 처마 밑에는 나부상이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원숭이상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한글대장경 육도집경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다. 전생에 석가모니는 500마리 원숭이의 왕이었다고 한다. 원숭이 왕은 번뇌가 많은 원숭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번뇌를 잊고자 하는 의미에서 원숭이로 조각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앞의 이야기에 나온 도편수가 여인을 원숭이로 조각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야기들 외에도 다른 주장들이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신은미 유물관리부장은 이 조각상에 대해 불교미술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다양한 전설과 이야기가 있지만 불교미술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불교의 수문장이나 수호자의 역할을 했던 야차상의 한 종류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불교적인 의미로는 나부상이라기보다는 야차상의 한 계통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차'는 원래 불교에 있던 존재는 아니지만 고대 인도의 불교는 다양한 종교에 대해 포용력을 보였다. 야차신앙도 불교에 포용되서 전파되는 과정에서 불교의 수호신으로 되었다. 실제로도 이 조각상이 취한 쪼그려 앉은 채로 무언가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야차신앙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있다. , 나부나 원숭이가 아닌 불교의 수호자라는 관점도 존재한다.

 

강화 전등사 대웅전은 그자체로도 훌륭한 보물이지만, 이 처마 끝의 이 조그만 조각상 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연구할 주제들이 많다. 단지 대웅전의 큰 모습만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각상의 이야기도 알고 보면 새로운 관점에서 대웅전을 감상할 수 있다.

 

취재팀 김민석 기자

kimmimseok@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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