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용의 문화재칼럼] 놀랍고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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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용의 문화재칼럼] 놀랍고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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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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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사진=문화재청)

 

한동안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되잖은 글을 너무나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기사를 접하다 보니 그냥 갈 수는 없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국가보물로 지정된 금동 불상 2점을 27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옥션은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이 출품됐다"고 20일 밝혔다.

 

우리 문화재의 보고(寶庫)이자 상징인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탁자 위엔 고려청자 한 점이 놓여 있었다. 비취빛 하늘에 흰 구름 넘실넘실 떠다니고 수십 마리의 학이 오르내리는 청자 매병이었어. “2만 원!” 주인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어. 살테면 사고 말테면 말라는 배짱이었던 거야. 기와집 한 채가 1,000원, 쌀 한 가마니가 16원 하던 1935년의 일이었으니, 서울 기와집 20채, 쌀 1,250가마를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었지. 잠시 침묵이 흘렀어. 이윽고 조선인 청년이 입을 열었지. “그렇게 하리다.” ‘식민지 애송이가 설마 …’하며 불렀는데, 낭패였지.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사진=문화재청)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사진=문화재청)

 

고려 청자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이 간송 전형필 선생에게 넘어오는 순간이었어. 간송은 서울의 유명한 갑부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풍족하게 자랐대. 그런데 선생은 자신의 돈을 호화롭게 사치하는 데 쓰지 않고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 사용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역사돋보기 ( 간송 전형필의 우리 문화재 사랑)

 

“열차 대작전”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2차 대전 중 파리의 지하 항전대원들이 독일군의 프랑스 미술품 약탈 작전을 무산시킨 영화였다. 한 여성 미술관원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가 뇌리에 남았다. ‘ 저것들은(미술품) 프랑스의 영광’입니다. 프랑스의 미술품-프랑스의 영광이라는 말은 오늘날 역사가 있는 민족에게는 공통된 자부심이며 긍지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폐사지에 남아있는 돌부처 하나 모두 한국의 역사와 문화와 한국인의 지혜를 담고 있는 살았는 영광이며 만족의 삶의 기념물이다.

 

조상이 물러준 문화유산은 민족혼과 민족의 주체적 긍지가 담겨있다. 일제의 수탈에 전 재산을 기울여 이를 지킨 간송 전형필선생의 숭고한 정신이 깃든 곳이 간송박물관이다. 관람료만으로 운영은 불가능하다. 상속문제로 민족의 혼이 담긴, 아니 간송의 정신이 담긴 그 문화재가 경매로 나왔다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이 미술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숨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에게 엄청난 지원이 있었다.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간송 미술품을 국가가 구입하여 이를 제자리에 되돌려 주었으면 좋겠다. 긴 안목으로 보면 간송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지관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우리 것이라 할 만한 것이 너무나 적다. 민족혼을 전승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 여천(汝遷) -

 

글 전 동주대 한국사 김도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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