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편의성에 자리를 내준 독립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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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편의성에 자리를 내준 독립문의 의미
  • 김민석 기자
  • 승인 2020.05.25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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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양식이나 용도만이 아닌 위치가 가진 의미도 생각해야...
독립문(사진=CPN문화재TV)
독립문(사진=CPN문화재TV)

 

독립문(獨立門)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있는 석조문이다. 1897년 완공되었으며, 19631월 사적 제32호로 지정되었다.

 

한국근대사에서 독립문이 가지고 있던 의미는 매우 크다.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독립문의 자리는 영은문(迎恩門)의 자리로 영은문은 중국 사신을 영접하는 사대주의식 외교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에 서재필을 필두로한 개화세력은 영은문을 헐고 그 자리에 독립문을 건설하게 된다.

 

조선시대의 국왕과 세자는 중국 황제가 승인을 해줘야 즉위할 수 있는 책봉 체제였다. 그리고 조선을 방문한 중국의 사신은 황제와도 같아서 조선의 조정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었다. 당시의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영은문을 철거하고 독립문을 세운 의미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의미한다.

 

영은문 주초(사진=CPN문화재TV)
영은문 주초(사진=CPN문화재TV)

 

 

현재 독립문의 앞에는 철거된 영은문의 주초가 남아 있으며, 독립문과 함께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더 나아가 독립신문에는 1896년 사설에서 "이 문은 다만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부터, 러시아로부터, 그리고 모든 구주 열강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독립문이여 성공하라. 그리고 다음 세대들로 하여금 길이 잊지 않게 하라"고 적혀있다. 단순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진정한 자주독립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현재 독립문은 서대문형무소와 함께 독립공원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독립문은 원래의 독립문의 위치가 아니다. 독립문은 1979년 성산대로 공사로 인해 본래의 위치에서 북서쪽으로 70미터 정도 이전하였다.

 

건축 문화재의 경우에는 건축양식이나 건물의 용도에도 의미가 있지만, 문화재의 위치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특히나 독립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독립문은 청나라의 책봉 체제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의 사신들을 대접하는 영은문을 철거하고 그 위치에 지은 것이다. ‘영은이라는 말부터 은혜로운 대국의 사신을 맞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독립문의 문화사적인 부분에서 가지는 의미는 건축양식보다 그 위치에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독립문의 위치는 독립문고가차로가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가도로를 만들기 위해 독립문을 해체 후 이전한 것이다. 독립문의 위치 이전은 도시의 편의성을 위해 문화재가 훼손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독립문의 위치가 가진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독립문이라는 문화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독립문의 위치다. 지금도 독립문고가 차도를 철거하고 독립문의 위치를 원래대로 복원하자는 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도시의 편의성도,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도 같이 되찾는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취재팀 김민석 기자

kimminseok@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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