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부터 마을을 지켜낸 조상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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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부터 마을을 지켜낸 조상들의 지혜
  • 임영은 기자
  • 승인 2020.07.13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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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인공림, 천연기념물 제366호 ‘담양 관방제림’

 

천연기념물 제366호 '담양 관방제림'의 입구 (사진 =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제366호 '담양 관방제림'의 입구 (사진 = 문화재청)

 

여름만 되면 장마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는 남부지방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매해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문화재 역시 다르지 않아서 폭우가 올 때마다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9년의 경우 태풍 링링으로 인해 총 26건의 문화재가 피해를 봤다. 천연기념물 제541경남 합천사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는 크게 부러져 손상을 입었으며, 보물 제1307고흥 능가사 대웅전의 벽체가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남부지방은 폭우로 인한 문화재 손상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구례 화엄사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사적 제505구례 화엄사의 진입로가 비로 인해 훼손돼 방문객의 출입을 잠시 중단하고, 빠른 수습을 할 예정라고 밝혔다.

 

지금보다 열악했던 환경 속에서 조상들은 어떻게 폭우에 대비했을까. 미리 비를 측정하는 기구, 제사 등의 방법도 있었으나, 인공림을 조성해 재해를 막은 흔적도 보이고 있다.

 

'담양 관방제림'의 내부 길 (사진 = 문화재청)
'담양 관방제림'의 내부 길 (사진 = 문화재청)

 

- 수백 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420그루의 나무들

 

전남 담양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66담양 관방제림은 담양천의 북쪽 언덕에 조성되어 있다. 정확하게 조성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나무들의 수명으로 보아 조선 중기에 고을 부사가 백성들을 동원해 지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물을 조절하기 위한 나무들도 인공적으로 심었다. 면적이 무려 123,173에 이르며, 표준 높이는 500m. 제림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는 푸조나무(111그루), 팽나무(18그루), 벚나무(9그루) 등 총 420여 그루에 이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역 안에는 185그루의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에서 확인한 결과 큰 나무들은 300~400년 전에 심어진 것이고, 비교적 작은 나무들은 1854년 황종림 담양부사가 심은 것으로 밝혀졌다.

 

 

담양 관방제림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인공림으로 우리 선조들의 자연재해를 막는 지혜를 알 수 있는 역사 및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커 1991년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이 2014년에 작성한 조사서에 따르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 관람객들이 늘어나자 수분의 유입과 통기가 불량해졌으며 대부분의 수목들이 활력을 잃어서 근본적인 관리 대책이 요구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상들이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천연기념물인데, 인간의 행위로 인해 파괴된다는 것은 본래의 뜻에서 어긋나는 일이다.

 

다가오는 여름 재해 속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문화재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노력을 가해야 한다.

 

취재팀 임영은

lzs0710@icp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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