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기획>전통을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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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기획>전통을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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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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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장 - 옻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추출하여 목공예의 마무리 공정으로 칠을 하는 장인)



세월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옻칠공예에 50년 째 몸담고 있는 신중현 씨(72)는 매형인 홍순태 선생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1996년 서울시 무형문화제 제1호로 선정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우리 전통의 말살과 광복 이후 캐슈와 같은 값싼 대용 칠이
등장하면서 퇴보의 길을 걷던 우리 전통공예기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재동에 있는 그의 집에는 부인과 3년 째 칠장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딸 신혜영(34)
씨가 함께 살고 있다. 집안 곳곳에 다소곳이 놓인 생옻칠 목기들은 세월과 장인의 정성을 머금고 더없이 고운 빛을 내고 있었다. 늙은
부자(夫子)처럼 오랜 세월 함께한 선생과 그의 작품들은 어딘가 많이 닮아있다.



한국의 옻칠은 10-15년 된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즉 생칠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정제칠이 화학 처리를
거쳐 독성을 갖은 것과는 달리 무독성에, 나무의 독특한 문양을 살리면서도 그 속에 스며들어 더욱 기품있는 빛을 발하게 한다. 색뿐 아니라
자연살균기능을 가진 옻칠은 고려시대 제작된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이 약 76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누나와 매형이 작업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며 자란 신 씨는 6.25 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난을 내려가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으니까 이걸 계속하게 된 거야”라고 말하지만 까맣게
옻물이 든 선생의 두 손은 작업에 대한 열의와 정성을 대신 말해주는 듯 하다.



일만 할 뿐 평생 돈에 욕심이 없어 가족들을 고생시켰다는 선생은 무형문화재가 되기 전에도, 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고 한다. “공인이니까
하다못해 누구와 싸울 일도 참아야하는 건 있지. 힘든 거라면 사포질 하는 거야. 칠 하는 건 숙달이 됐으니까 괜찮은 데 사포질을 잘 해야
물건이 아름답고 깨끗이 나오거든”이라고 답하는 선생은 노고의 답례로 건네는 음료수 하나에도 잠시 망설임을 보였다.






 






딸 신혜영(34) 씨는 어릴 적에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왜 저렇게 어려운 삶을 사실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칠공예의 매력을 느꼈고, 여러 젊은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기술을 전수 받다가 도중하차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전수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아버지를 도와 3년 째 전수자의 길을 걷고 있다.



늘어진 러닝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옻가루와 먼지를 온통 덮어쓴 선생은 인터뷰 중에도 작업의 손길을 늦추지 않고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나는 아프지 않고 일하다가 죽을 수 있으면 제일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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