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역사를 담은 ‘고려사’ 등 12건 보물 지정
상태바
고려 역사를 담은 ‘고려사’ 등 12건 보물 지정
  • 정은진
  • 승인 2021.02.18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보물 제2115-1호 고려사(목판본) 태백산사고본 (사진=문화재청)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보물 제2115-1호 고려사(목판본) 태백산사고본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은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을 포함한 사찰목판, 전적불교문화재 등 12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포함된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은 문화재청이 사찰 문화재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해 ()불교문화재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의 성과다. 2016년에 조사한 경상남도 지역 사찰에서 소장한 목판 중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총 3건을 지정대상으로 선정했다.

 

지정 대상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선원제전집도서 목판(보물 제2111)은 지리산 신흥사 판본(1579)과 순천 송광사 판본을 저본(底本)으로 해 1603(선조 36) 조성된 목판으로, 22판 완질이다.

 

판각에는 당시 지리산과 조계산 일대에서 큰 세력을 형성한 대선사 선수(15431615)를 비롯해 약 115명 내외의 승려가 참여하였다. 하동 쌍계사 소장 선원제전집도서 목판은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된 것으로, 전래되는 동종 목판 중 시기가 가장 이르고 희소성, 역사적학술적인쇄사적 가치가 인정된다.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보물 제2112)은 고려 승려 지눌(11581210)이 지은 원돈성불론과 간화결의론을 1604(선조 37) 능인암에서 판각해 쌍계사로 옮긴 불경 목판으로 총 11판의 완질이다.

 

쌍계사 소장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은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되어 관련 경전으로서는 유일하게 전래되고 있는 목판이다. 자료적 희귀성과 판각 시기, 전래 현황 등으로 볼 때,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보존관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보물 제2113)1455(세조 1)에 주조한 금속활자인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을 저본으로 해 1611(광해군 3) 여름 지리산 능인암에서 판각되어 쌍계사로 옮겨진 불경 목판으로, 335판의 완질이 전래되고 있다.

 

하동 쌍계사 소장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1636년 병자호란 이전에 조성된 경판으로서 희귀성이 높고 조성 당시의 판각 조직체계를 비롯해 인력, 불교사상적 경향, 능인암과 쌍계사의 관계 등 역사·문화적인 시대상을 조명할 수 있는 기록유산이다.

 

이밖에 고려 시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인 고려사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 처음으로 보물 지정했다.

 

고려사의 보물 지정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등 우리나라 고대와 조선 시대사 관련 중요 문헌들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에서, 그동안 고려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서인 고려사역시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새롭게 역사학술서지적 가치를 검토한 결과다.

 

보물 지정 대상은 현존 고려사판본 중 가장 오래된 을해자 금속활자본과 목판 완질본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을 비롯해, 연세대학교 도서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등 3개 소장처에 보관된 총 6건이다.

 

이들 6건은 고려의 정사로서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라는 점, 비록 조선 초기에 편찬됐으나, 고려 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점 등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가치가 인정되었다. 특히, 해당 판본들은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보물 제2116호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116호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사진=문화재청)

 

한편, 새롭게 보물로 지정된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및 복장유물(보물 제2116)은 높이 11m에 이르는 대형 불화 1폭과 각종 복장물을 넣은 복장낭, 복장낭을 보관한 함을 포함한 복장유물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불화와 함께 복장유물을 놓은 복장낭이 온전하게 일괄로 남아 있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 괘불도는 1776(정조 1) 조선 후기 대표적 수화승 유성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에서 활약한 화승 23여 명이 참여하여 제작한 18세기 후반기 불화의 기준이 되는 작품이다. 또한, 조선 1718세기 제작 괘불이 여러 번 보수를 거치는 동안 원래의 모습을 상실한 것과 달리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이 괘불만의 독보적인 가치로 꼽을 수 있다.

 

화면 중앙에 압도적인 크기로 배치된 건장한 체구의 석가여래는 마치 앞으로 걸어 나오는 듯 다른 존상들보다 돋보이게 표현했고, 옷 주름은 명암과 아기자기한 문양을 넣어 입체적이다. 좌우, 위아래에 배치된 보살과 사천왕, 용왕과 용녀 등의 모습 또한 권위적이지 않은 친근한 얼굴에 존격에 따라 신체의 색을 달리 하여 강약을 조절한 점 등 작자의 재치와 개성을 발휘해 예술성이 높은 작품으로, 18세기 불교회화 연구에 중요한 참고가 된다.

 

구미 대둔사 경장(보물 제2117)1630(인조 8)에 조성된 경장(불교경전을 보관한 장)으로, 조선 시대 불교 목공예품 중 명문을 통해 제작 시기가 명확하게 파악된 매우 희소한 사례이다.

 

조선 후기 불교 목공예품으로 경장을 비롯해 목어, 불연(불연, 의식용 가마), 촛대, 업경대(생전에 지은 죄를 비추는 거울), 대좌(불보살이 앉은 자리), 불단 등 다양한 종류가 제작됐으나, ‘구미 대둔사 경장처럼 제작 연대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러한 점에서 구미 대둔사 경장은 왼쪽 경장의 뒷면과 밑면에 제작 시기와 제작자, 용도 등을 두루 알려주는 기록이 남아 있어 조선 후기 목공예를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정조격 권112, 2334(보물 제2118)는 비록 완질은 아니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된 현존하는 유일의 원나라 법전으로, 경주 양동마을의 경주손씨 문중에 600년 넘게 전래되어 온 문적이다.

 

지정조격1346(고려 충목왕 2, 원나라 순제 6)에 간행된 원나라 최후의 법전으로, 서명의 뜻은 지정 연간(1341~1367)에 법률 조목의 일종인 조격을 모았다는 의미이다.

 

원나라는 1323, 1346년 두 차례에 걸쳐 법전을 편찬했지만 명나라 초기에 이미 중국에서는 원본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나 2003년 우리나라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조사 연구진이 발견해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됐다.

 

지정조격은 고려 말에 전래되어 우리나라 법제사와 문화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고려 말까지 형사법 등의 기본법제로 채택되었고 조선에서는 경국대전(조선의 기본법전)반포 이전까지 중국의 법률과 외교, 문화 제도를 연구하는데 주요 참고서로 활용됐다.

 

이상의 역사학술 가치에 비추어 경주 양동마을 경주손씨 소장 지정조격 권112, 2334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알려진 원나라 법전이라는 희소가치, 고려와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법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우리나라와 세계문화사에서 탁월한 의미를 갖는 중요한 유물이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해 보존하고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고려사12건에 대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