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匠人] 김범식 도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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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匠人] 김범식 도편수
  • 관리자
  • 승인 2009.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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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식 도편수



봉녕사는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사찰이다. 고려 희종 4년 1208년에 창건됐으니 벌써 800년도 넘었다. 유서 깊은 전통사찰임에도 불구하고 봉녕사의 심장부에 위치한 대적광전은 도편수 김범식 장인의 손을 거치기 이전까지 시멘트 건물이었다고 한다. 김범식 장인은 1997년부터 약 1년 반에 걸쳐 대적광전을 봉녕사의 오랜 역사에 걸맞은 목조건물로 되살려냈다.



“우리 아름다운 목조건축물들이 시멘트에 밀려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목조건축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빨리빨리’만 외치는 시대니까….”


대적광전을 바라보는 김범식 장인의 얼굴에 뿌듯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현재 그는 봉녕사에 우화궁이라는 2층 법당을 짓고 있다. 우화궁 자리 역시 이전에는 시멘트로 된 강당이 들어서 있었다. 이처럼 하나하나 우리의 전통 건축물을 재현해내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 김범식 장인이 공사한 봉녕사 대적광전(좌)과 우화궁(우)


김범식 장인이 처음 전통건축 일을 하게 된 건 김덕희 선생을 만나고 부터이다. 김덕희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최기영, 전흥수 대목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처음에 배울 때는 대패질을 했어요. 그때는 기계가 없어서 손으로 나무를 다 밀었어요. 요새는 기계로 하니까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그때는 하나는 밀고, 하나는 앞에서 당기고 그렇게 둘이 했어요. 힘이 드니까요.”


어려운 형편에 먹고살기 위해서 시작한 목수 일이었다. 당시엔 거의 모든 일을 직접 손으로 했기 때문에 남들 못지않게 고생도 많이 했다. 김범식 장인은 지금은 그렇게 하라면 못한다고 손을 내저었다.


궁궐건축의 거장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신응수 대목장의 스승이기도 한 조원재 선생과는 60년대 말 경복궁 보수공사 때 처음 인연이 닿았다. 조원재 선생의 밑에서 경복궁 공사에 참여한 김범식 장인은 그때 생전 처음 도면이라는 것을 보게 됐다고 한다.


“조원재 선생님 댁에 가니까 도면이 있더라고요. 조선생님이 그린 단면도. 그 전에는 공사할 때 도면 없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때 처음 도면이라는 걸 알았어요.”


도면이 무엇인지, 전통건축물 공사를 관리하고 지휘하는 도편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원재 선생을 만나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 후 조원재 선생의 제자인 이광규 선생의 문하에 입문해 진주 축성루 보수공사, 불국사 복원 등 굵직굵직한 현장에 참여하며 도편수가 되기 위한 경험과 기술을 차근차근 쌓았다.


“김덕희, 조원재, 이광규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 많이 모셨었죠. 복이죠 뭐.”


김범식 장인은 자신이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난 것처럼 스스로도 전통건축을 하는 이들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주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전통건축 일을 배우려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정부에서 일반 기술자는 보조금 해줘가지고 돈 줘가면서 기술을 가르치잖아요. 그런데 전통문화재 공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이 없거든요. 정부에서 지원을 좀 해줘야 돼요. 그리고 문화재공사인데도 불구하고 일반아파트 짓는 것과 세금 등에서 차이가 없어요. 이러니 전통건축 현장이 갈수록 열악해 질 수 밖에요.”


김범식 장인은 전통건축계의 열악한 상황을 후대에 물려줘야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형편이 어렵다보니 공사기간도 짧아지고 예산에 맞춰 허술한 건물을 짓는 업체들도 생긴다.


“문화재 건물은 시간을 충분히 줘야 옳은 작품이 나와요. 빨리 공사를 하면 아무래도 나무도 더 많이 터지고 옳은 작품이 안나오거든요. 그리고 건물에 맞춰서 예산을 세워야 되는데 요즘은 대부분 돈에 맞춰서 건물을 지어요. 거꾸로. 그러니까 제대로 안되는 수가 많지요.”


그의 말처럼 문화재나 전통 목조건물은 공사에 오랜 시간과 공이 든다. 서둘러 짓는 건축물은 곧 그 허술함과 조잡함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빨리’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현장의 부재 하나, 이음새 하나까지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시간은 좀더 걸려도 그만큼 더 오랜 세월을 굳건하게 버티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기초부터 튼튼하게 지어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 김범식 장인. 김범식 장인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거쳐 견고하게 다듬고 쌓아올려진 우리 전통건축물과 닮아있었다.








▲ 김범식 장인이 제작한 부석사무량수전 모형(좌)과 법주사 팔상전 모형(우)

장인이 제작한 국보, 보물 문화재 축소모형은 현재 20여개다.

후에 이 모형들을 전시할 한옥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한다.



[김범식 장인 인터뷰]





- 여러 스승님한테 배우신 걸로 아는데 처음 전통건축일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김덕희 선생님한테 제일 먼저 갔어요. 일 하다가 김덕희 선생님 자제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직지사 현장에 가자고 해서 또 하게 됐어요.




- 처음 일 배웠을 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처음엔 대패질을 했어요. 옛날에는 손대패질을 했어요.

대패를 하나가지고 한명은 손잡이로 밀고 앞에서 한명은 당기고. 힘이 드니까요. 그때는 기계가 없어서 손으로 나무를 다 밀어야하니까요.




- 60년대 말 경복궁 공사 때 조원재 선생님을 만나 일을 배우셨다고 들었어요.

그때 조원재 선생님이 안암동 사셨는데 제가 안암동에서 출퇴근했어요. 조원재 선생님 방에서 자고, 같이 출퇴근하고. 어느 날은 조원재 선생님 댁에 가니까 도면이 있더라고요. 조선생님이 그린 단면도. 그 전에는 공사할 때 도면 없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도면이라는 걸 알았지요.




- 조원재 선생님 제자인 이광규 선생님과도 인연이 있으신데요.

(경복궁 공사가)끝나고 이광규 선생님한테 갔어요. 진주 축성루 보수 공사하는데 이광규 선생님하고 가서 했지요. 또 1차 보수공사 끝나고 이광규 선생님이 맡으신 불국사 복원하는 데에도 갔지요. 좋은 선생님들 많이 모셨었죠. 복이죠 뭐.








▲ 김범식 장인이 공사한 해인사 조사전(위)과 강화 덕진진(아래)





- 전통건축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목수일이라는 것이 노동이잖아요. 요새 노동 안하려고 하잖아요. 힘든 일 안하려고 하고. 노동 안하려고 하니까. 그리고 일반 건축 같으면 자기 집에서 출퇴근해도 일거리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건 안 그렇잖아요. 전국을 다 일거리 쫓아 다녀야 되니까 객지생활 해야 하잖아요. 한번 가면 한달씩 있다가 한달에 한번이나 집에 가고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은 좀 그렇죠. 일하기가.




- 전통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정부에서 일반기술자는 보조금 해줘가지고 돈 줘가면서 기술을 가르치잖아요. 그런데 전통문화재 공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이 없거든요. 배우려고 해도 현장에 가서 자기가 노력해서 어떤 사람 문하에 들어가서 현장에서 배우고. 그것도 양성소가 있긴 있는데 거기서 몇 달 해가지고서 기술자가 되는 건 아니고요. 정부에서 지원을 좀 해줘야 돼요.




- 문화재 공사인데도 정부에서 뒷받침해주는 것이 없나요?

없지요. 똑같죠 뭐. 문화재 공사 이건 정부에서 특혜를 줘야 돼요. 특혜가 뭐냐 하면 세금 같은 것도 일반 아파트 짓는 것과는 차별을 둬야 돼요.




- 전통건축 현장에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문화재 건물은 시간을 줘야 돼요. 시간을 충분히 줘야 옳은 작품이 나와요. 빨리 공사를 하면 아무래도 나무도 더 많이 터지고 옳은 작품이 안 나오거든요. 시간이 충분해야 되고. 그리고 원칙은 건물에 맞춰서 예산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돈에 맞춰서 건물을 지어요. 거꾸로. 그러니까 제대로 안되는 수가 많지요.




- 전통건축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다 지어놓고 사람들이 잘됐다고 좋다고 하면 그것을 보람으로 생각하지요.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작했으면 끝까지 참고 하면 10년, 20년 지나면 그때는 좀 괜찮을 것 같은데. 인내심 있게 해야 돼요. 힘들다고 1,
2년 하다가 치워버리고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게 좀 안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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