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힌 보물, 텅 빈 문화재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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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박힌 보물, 텅 빈 문화재 공사현장
  • 관리자
  • 승인 2009.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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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개목사(開目寺), 개목사의 원래 이름은 흥국사이다. 통일신라 신문왕(재위 681∼692) 때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한다. 사찰을 짓게 된 전설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절 뒤에 있는 ‘천등굴’에 천녀(天女)의 기적으로 도를 깨치고 절을 세웠다고 한다. ‘개목사’라는 절 이름은 조선시대에 바꾼 이름이라고 전한다. 관세음보살을 모셔 놓은 원통전(보물 242호)은 1969년 해체·수리시 발견한 기록에 ‘천순원년(天順元年)’이라는 글귀가 있어 세조 3년(1457)에 지은 것으로 짐작한다. 규모는 앞면과 옆면이 3칸씩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이다. 지붕 무게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만든 공포가 기둥 위에만 간결하게 짜여있는 주심포 양식이다. 건물 안쪽 천장은 뼈대가 보이는 연등천장이고 법당 안을 온돌방으로 만들어 놓아 조선 전기 건물로는 보기 드문 예가 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선 전기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어 건축사 연구에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 안동 개목사 원통전






▲ 안동 개목사 원통전


천등산을 산길을 힘들게 올라야 겨우 당도하니, 그 길이 멀어 찾아오는 불자가 드물어 오히려 그 맛이 더하는 개목사, 한적한 산길 만큼 사찰의 규모역시 소박하다. 전설에 의하면 안동 인근의 장님이 많았는데 이 절 이름을 개목사로 바꾼 후부터 장님이 사라졌다고 한다.


보물 242호 개목사 원통전의 이곳저곳에는 대못 자국이 가득했고, 더군다나 천장의 기와 일부가 흘러내리고 있어 흉하기 그지 없었다. 개목사 한편의 요사채는 한 눈에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단층 슬라브 집이다. 사찰의 전경과 너무 맞지 않아 현재 이를 철거하고 다시 오른 쪽 옆으로 2층 규모의 요사채를 신축하고 있다. 국비와 도비 모두 합해서 2억 5천이 지원된 문화재 주변 정비 사업을 목적으로 내세운 공사이다.






▲ 못 박힌 원통전






▲ 못 박힌 원통전


새로 요사채를 짓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니, 한창 공사 중일 시기에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다. 기초공사만 겨우 해놓고 현장 인부들이 자리를 비운 탓이다. 현장대리인은 며칠 자리를 비우고 병원에 갔다고 한다. 당연히 비치되어 있어야 할 공사 일지, 공사 중지 등에 관한 안내문은 어느 곳에도 찾아볼 수 없다.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수리기능자 업무처리기준에는 "수리기술자는 수리현장을 벗어날 경우에는 미리 발주청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수리현장 부재중에 안전관리 등 현장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를 선임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개목사 현장에는 대행자는 커녕 아무도 없다.






▲ 요사채 공사현장


문화재청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 하자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현장이라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안동시청 담당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뭐가 문제냐."라고 책임감 없는 말로 오히려 취재진을 무색하게 했다. “문화재 공사는 상시 관리 체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묻자 상시 관리하고 있는데, "수리기술자가 몸이 아파서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까지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더군다나, 공사 현장에서는 휘발유, 불에 태운 흔적 등 인화성 물질과 돌무더기가 뒤범벅되어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문화재 바로 옆에서 하고 있는 위험요소가 가득한 공사에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아무도 없는 현실이다.






▲ 요사채 공사현장의 소각 모습






▲ 요사채 공사현장의 인화물질


개목사의 원통보전은 현존하는 조선 초기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다. 그런 문화재를 중심으로 하는 소중한 가치를 무색하게 하는 요사채 신축 현장의 다소 안이한 관리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 문화재 공사는 일반 공사와는 다르다. 철저한 현장관리와, 더불어 책임 있는 수리기술자의 현장 애착 의식이 아쉽게 느껴지는 공사판, 안동시, 마치 텅텅 비워놓은 공사 현장처럼 관리 의식이 텅텅 빈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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