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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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을 꿈꾸다
  • 관리자
  • 승인 2009.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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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박물관을 들어가는 입구는 낙엽으로 가득해, 가을의 한가운데로 초대하는 것만 같다. 국립광주박물관 조현종 관장은 박물관 앞 도로의 낙엽을 일부러 치우지 않는다고 한다. 낙엽의 황토빛 운치와 멋, 더군다나, 낙엽이 밟히면서 소리 내는 애교스러운 으스러짐이 박물관과 너무 잘 어울려 “일부러 치우지 않음”을 강조한다. 또한 박물관을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는 현대의 감각을 알아야한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것을 다루는 사람일수록 현대적인 것을 알아야 현대의 관객들의 눈에 맞는 박물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는 10대들이 보는 잡지도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잡지편집의 트랜드와 박물관에서 패널을 만들고 사진을 배치하고 그런 것이 동떨어져서는 안돼요. 왜냐하면 요세 젊은 사람들은 눈으로 읽는 방법이 우리하고 다르거든요. 가장 오래된 것을 다루는 사람도 가장 현대적인 것을 알아야 그것을 끌어낼 수가 있는 겁니다.





▲ 국립광주박물관 조현종 관장


국립광주박물관은 전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문을 연 지역과 연계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 속에 유물을 동시에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립 광주박물관은 1978년도에 개관했습니다. 광주박물관의 설립배경은 신안 앞바다에서 유명한 신안해저유물이 인양되니까 그것을 기념해서 문화의 불모지대인 호남지방에 신안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을 세웠던 것입니다. 그 이후로 전주에 박물관이 들어서고 목포에 해양문화재연구소가 들어서면서 박물관의 기능이 많이 분화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광주박물관은 광주전남지역의 고대 문화를 아우르는 보물창고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광주박물관은 54,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보면 중앙박물관 다음으로 소장 유물숫자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나주 반남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관, 금동신발, 그리고 청동기시대에 국보143호로 지정된 화순 대곡리의 거울과 팔주령 등, 그리고 광양에서 나온 중흥산성 쌍사자석등 등의 국보급 유물들이 있습니다.





▲ '영상강의 고대문화' 특별전시도록을 설명하는 조현종 관장


특히 1999년 특별전 ‘영상강의 고대문화’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강을 테마로 해서 역사와 이야기를 마치 한편의 소설이나, 시처럼 엮어낸 전시회로 지역 주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냈다.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문제에서 비켜갈 수 없는 강 주변의 유물과 보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어쩌면 미리 고민해본 기획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산강 주변의 탐방로를 통해 문화유적과 유물을 조명하고, 이야기를 꾸며낸 전시는 곧 영산강이 역사 속에서 박제되는 것이 아닌, 역사 속의 주역이었다는 우리들의 몫과 자성이었다.

강을 소재로 한 특별전을 제일 처음에 저희가 했습니다. 1999년도에 '영상강의 고대문화'라고 하는 기획전을 했는데, 저희가 어떻게 접근했냐하면 강이라는 것은 문화의 생성이면서 문화를 파괴하고 또다시 재탄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그러한 것을 극복하면서 지금까지 강이 남겨놓은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영상강’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강을 중심으로 문화의 부침을 저희가 다루었습니다.





▲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실 내부


전남대 사학과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조현종 관장은 1984년 국립광주박물관에 기능직, 학예사로 출발하여 지역 사회의 박물관의 역사와 자신의 이력을 같이 써내려오고 있다. 새로움에 표현은 박물관의 유기적 생명력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자성한다는 그는 박물관 전시실 앞에 엉뚱하게도 영주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의 1포를 더하여 마치 상징처럼 세워두기도 했다.

기둥도 하나의 역사인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외국의 신전이나, 궁전 앞에 기둥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그 기둥을 통해서 역사를 표현해갔던 그들의 방식을 실험삼아 재현해보자고 했어요.


구태여 훌륭한 장인의 솜씨는 아니더라도, 막 고건축을 배우는 학생에게 부탁하여 기둥을 세워놓고 보니 관람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간과할 수 없는 역사와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단면이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는 영화가 떠오르는 박물관으로 남기도록 한다는 것, 그것은 지역 사회의 문화적 통합을 담당해야 하는 광주박물관의 당연한 몫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조현종 관장은 내년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후 다시금 표현하게 될 박물관의 몸짓에 대하여 아름다운 상상을 하고 있다.





▲ 전시유물을 설명하는 조현종 관장


올해로 광주박물관이 31년째 입니다. 저희는 작년부터 흘러간 30년을 집대성하고 새로운 30년을 맞이하기 위해서 전체 리모델링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 9월이 되면 완전히 새로운 기법의 전시관이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장에서 들어가면 바람이 불어서 어린 모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비주얼하게 나오게 하고, 대숲소리가 나오게 하고, 여름철 빗소리가 들리고, 가을에 풍요로움 들녘이 보이고, 겨울에 눈이 내리는 이러한 모습들을 박물관의 유물과 함께 보이게 하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나비가 날아다니고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그런 상상, 그것을 박물관 안에서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이 곧 박물관의 참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겠다고, 조현종 관장은 당당하게 박물관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목표가 완성되어서 더욱 관객들에게 생생한 문화유산을 이야기해주는 광주박물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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