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匠人]황금탱화로 꽃피운 30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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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匠人]황금탱화로 꽃피운 30년 세월
  • 관리자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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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욱 장인



“불교 미술은 종합미술입니다. 인물, 산수, 화조, 동물, 기하학적 문양 등을 다 섭렵해서 그릴 줄 알아야하고, 벽화, 탱화, 별화 등 많은 분야를 고루 공부하고 습득해야 비로소 수준 있고 깊이 있는 전통 불교미술이 되는 것입니다.”



그의 신조처럼 이연욱 장인은 처음 불교미술에 입문한 1973년부터 인물, 산수와 갖가지 문양들은 물론 탱화, 벽화, 단청 등의 기술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골고루 갈고 닦았다.







▲ 이연욱 장인의 작업실



처음 불교미술과의 인연은 단청으로 시작됐다. 이연욱 장인이 자란 경남 산청군 단성면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들여와 처음 재배했던 곳이다. 어렸을 때 문익점 선생의 신도비가 있는 비각에서 자주 뛰어놀았던 그는 단청의 아름다운 색상에 마냥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고 한다. 언젠가 단청을 배워보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림에 소질을 보이던 이 장인은 18살 때 스승인 김한옥 선생(현 문화재전문위원)의 눈에 띄어 십여 년간 그 밑에서 단청 기술을 배우게 된다. 단청 일을 하며 인연이 닿은 박준주, 한석성 선생에게도 단청 기술과 벽화, 탱화를 배웠다.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낮에는 단청을 하고 밤에는 혼자 수백 장의 그림을 그리는 고된 날들이었지만 배우는 즐거움에 힘든 줄도 몰랐다.



불화를 처음 배울 때는 시왕초(十王草)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왕은 죽은 이의 죄에 경중을 매기는 열 명의 왕으로, 이들을 그린 초본(草本)이 시왕초이다. 시왕초를 수백 장 그리다 보면 안보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다음 단계인 보살초로 넘어간다. 보살초, 금강역사초, 신중초, 사천왕초를 단계별로 습화(習畵)하다보면 최후의 과정인 부처님초에 이른다. 갑옷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천왕초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듯 보이지만 모든 단계를 다 마치고 불화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을 때 깊이 있는 부처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 이연욱 장인이 그린 시왕초(좌)와 신중초(우)




1987년, 장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이었던 원덕문 스님의 문하에 입문했다. 김한옥 선생에게 단청에 대해서 주로 배웠다면 원덕문 스님 밑에서는 탱화, 벽화 등 불화에 대해서 더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단청장인 스승의 밑에서 불화를 배웠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지금은 불화장, 단청장이 나뉘어져 있는데,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단청장이 불화도 하고 탱화도 하고 벽화도 했지요. 단청도 불화의 일부거든요. 불화 속에 단청이 들어가야 맞는 거예요. 단청장을 처음에 만들지 말고 불화장을 처음에 만들었으면 지금처럼 분리시킬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그간 갈고 닦아온 기초가 있었던 덕분에 기법과 표현 등 스승의 가르침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원덕문 스님을 만나고 불화가 어떤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기술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도 큰 진전을 이룬 시기였다. 원덕문 스님에게 배우면서 또 하나의 큰 수확이 있었다. 바로 황금탱화 기법의 단초를 얻었다는 것이다. 황금탱화는 이연욱 장인이 15년을 연구해 독창적으로 고안한 기법이다.



“원덕문 스님이 금 바탕에 산수, 사군자를 많이 그렸습니다. 탱화는 항상 채색탱화, 먹탱화, 홍탱화인데... 탱화도 황금 바탕에 그리면 될 텐데 왜 안 그릴까 생각해서 여쭤보니 네가 한번 그려보라고 하시더라고요.







▲ 황금탱화



채색탱화나 검은 바탕에 금선으로 그리는 먹탱화, 붉은 바탕에 금선으로 그리는 홍탱화 등 전통적인 탱화와 달리, 황금탱화는 그림에 옻칠을 하고 순금을 붙인 위에 채색을 하여 불화를 조성한다. 특히 장신구나 문양 등 주요 부분은 볼록하게 처리한 뒤 금을 붙이는데 이 방식은 ‘고분(高粉) 살붙임’ 방식으로 장인이 지난 2005년 특허를 받은 기법이다. 순금 바탕 위에 불화를 조성하면 은은하면서도 화려하고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 색이 다채로워지며 쉽게 퇴색되지 않는다.



전통을 그대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기법을 살려 또 다른 기술을 창조해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더욱 불교미술 연구에 정진하겠다는 이연욱 장인. 불화에 바친 30여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황금탱화처럼 그의 장인정신도 오랜 세월 동안 은은한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 황금탱화 개안 작업/ 사진제공 불교미술감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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