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직원들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을 채 마무리할 겨를도 없이 현장으로 달려와 수습 작업에 착수했다. 부재들을 수습해 화재의 원인과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불에 탄 상태 그대로 기록해 실측도면을 만드는 한편 육축의 안전도 진단을 수행해 숭례문 목조건물의 해체 및 복구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은 이처럼 우리나라 건축 문화재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연구와 문화재의 안전검검 및 실측도면을 포함한 조사자료 집성, 유적지 정비·복원 작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전통 건축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
interview : 배병선 건축문화재연구실장
건축문화재연구실은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건축문화재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주력 사업은 고대 건축물에 대한 복원사업, 지금까지의 건축 자료들을 모아서 집성하는 사업, 건축물의 구조적인 안전도를 진단하는 일, 그리고 유적지의 정비·복원 등 크게 4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고대건축물에 대한 복원 프로젝트는 황룡사 복원, 정림사 정비복원이 있고, 최근에는 미륵사 복원에 대한 로드맵 작업도 했습니다. 건축 자료의 집성 사업은 과거에 있었던 발굴 유적의 건축적인 사실 같은 것들을 모아서 책자를 발간했고, 앞으로 고대 건축물들의 기단 구조를 각 지역별로 조사를 해서 책자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로 건축물의 안전도 진단 부분에 관해서는 대표적인 예로 첨성대나 동대문에 센서를 설치해서 실시간으로 조사를 하고 있고. 저희들이 연구소 내에 한옥을 한 채 지어서 센서를 부착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데이터들을 얻으면 구조물들이 얼마나 안전한가를 진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적지 정비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최근에 경주시에서 감은사지 유적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면서 보존을 잘 할 수 있는가를 연구해달라고요청해서 저희들이 연구보고서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여에 있는 정림사지도 발굴하고 있고 복원 정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 바가 있습니다.
▲ 한옥 연구를 위해 연구소 내에 짓고있는 청풍각
2005년도부터 진행한 황룡사 복원정비 사업은 앞으로도 10여년 이상 연구가 이루어질 예정인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실측도면과 각종 조사 자료를 집성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들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진행해야하는 작업이다. 이처럼 장기적이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대학이나 사설연구소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가기관으로서 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각 대학마다 건축학과가 있어서 그곳에서도 학문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커리큘럼 상에서 한두 학기에 한국 건축을 연구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인 연구자들도 상당수 있긴 하지만 저희가 하는 일들은 그런 연구자들이 하기 힘든 일, 단편적인 일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굉장히 필요한 사업들과 문화재청의 중요한 사업들에 대한 정책적인 보조 등의 일들 입니다.
▲ 건축문화재연구실 모형제작실
문화재연구소에 건축문화재 전문 연구실이 생긴 것은 이제 6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북한 건축문화재 조사, 동아시아 건축 비교 연구를 비롯해 전통건축기술 실용화 연구, 황룡사복원정비연구 등 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연구실에 속해 있는 인원도 44명으로 다른 실에 비해 제법 많은 편이다.
하지만 배병선 실장은 지금 진행되는 프로젝트 외에도 연구해야 할 과제가 많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를 포함한 건축 문화재의 안전도 검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작업과 근대 건축문화재 관련 연구는 앞으로 건축문화재연구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과제다.
비지정 문화재까지 포함해서 현재 많은 구조물들이 위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해서 3년이면 3년, 5년이면 5년 정기적으로 마치 자동차 정기검사 받듯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정밀진단을 맡기는 방안을 워크샵을 통해서 많이 논의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인력적으로 굉장히 열악합니다. 그래서 저희 실에서 점검 쪽을 주로하고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정밀진단을 하는 그런 입장입니다. 앞으로 안전점검의 법제화와 기술개발, 보급을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들이 부족한 부분이 목조건축을 위주로 하고 석탑 해체, 수리 이런 부분까지 담당하면서 근대문화재에 대한 연구들을 전혀 진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인력적으로도 모자라고 그 사업들을 할 수 있을 만큼 조직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신경을 써서 그 분야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안전진단장비 사용 모습
건축물은 사람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한다. 건축물의 기둥 하나, 벽돌 하나에도 당시의 사회상이, 생활이, 문화가 그대로 담겨있다는 것이다. 건축 전문 연구실로 독립한지 이제 6년,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성과가 만만찮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건축문화재연구실 연구원들의 열의와 노력으로 되살려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사회상을, 생활과 문화의 생생한 장면 장면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