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대조전은 황후의 공간이다. 금남(禁男)의 공간인 것이다. 전국은 꽁꽁 얼어붙은 기습 한파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16일 이 금남의 집에 남자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국회 정병국 의원실에서 추진한 국회 문방위 의원들의 문화재관리 실태 점검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치러진 이번 시찰은 창덕궁 관리소장으로부터 창덕궁 건물의 배치와 형태, 더불어 역사적 의미를 되새김과 동시에 문화재와 관광을 연계하는 대안을 찾고자 마련되었다. 시찰의 처음은 인정전으로부터 시작해서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까지 이어졌다.
▲ 창덕궁을 시찰 중인 국회 문방위 의원들
인정전과 선정전 지날 무렵, 처마 사이에 떨어지는 낙수를 방지하기 위해 덧 내놓은 건물 형태에 유난히 관심을 보인 의원들은 ‘이것이 바로 옛날 방식의 확장공사’라며, 이구동성으로 조상들의 지혜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조전에 도착한 의원들은 특히 황후의 침실, 침대를 둘러보면서 설명을 위한 부착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관광이 곧 문화강국의 기본적 조건이라면 관광객에게 쉽게 노출되는 바닥의 카펫이나, 못 자국 하나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 창덕궁 대조전의 찾기 어려운 설명문
은밀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황후의 세면실로 이동한 의원들은 일일이 낡은 수도꼭지를 틀어보면서 관리 실태를 살폈다. 안형환 의원은 낡은 수도꼭지를 살피면서 “결국 이런 부분까지도 우리의 역사 단면인데, 관광객에게 어느 부분까지 공개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아직도 비공개로 남아있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윤환 의원도 일일이 수도꼭지를 틀어보면서 박제화 되어가는 문화재 관리 실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 훼손되어 있는 황후가 쓰던 세면실
미로처럼 얽힌 공간을 지날 때는 난방 시설이 전혀 없는 바닥으로 전해오는 차가운 냉기에 발목이 시렸다. 하지만 의원들은 벽의 이음새, 문창호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더 둘러보려는 열의를 멈추지 않았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공간. 당시 살았던 황실의 공간이 우리 국민들조차 모르게 은밀히 감추어져 있는지 아쉽기만 하다”고 정병국의 의원은 공개의 필요성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면서 “관리의 어려움은 곧 국민 의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문화재청 김찬 차장에게 문화재를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문화재청이 되기를 권했다.
▲ 대조전의 황후가 사용하던 가구
커튼이나, 바닥의 카펫이 화재로부터 취약하다는 김찬 차장에게 “감추려 하면 더욱 관리하기 힘들 것”이라며 획일적인 관광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차별화를 시도하는 관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황제의 전용 이발관에 도착한 의원들은 망가진 채 보수되고 있지 않는 의자를 살필 때는 눈살을 찡그리며 시급하게 보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문화재청 김찬 차장에게 예산을 신청할 것을 권하면서 예산 신청 시 자료를 사진으로 담아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 훼손되어 있는 황제의 전용 이발관 의자
대조전을 끝으로 다음 시찰지인 창덕궁 후원 부용지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추운 날씨지만 현장에 직접 나와 본 것이 정책을 결정하거나, 문화재를 국민들에게 어떤 관점에서 인식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