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액체를 쏟아부은 듯 아침이 마냥 잔망스럽다. 이런 날이 별로 없는 이 지역(계룡)인데, 아마도 근처 저수지에서 솟아난 여름의 수온이 갈퀴로 물웅덩이를 휘젓는 듯하다. 은혜로운 아침을 기대했던 라오스의 참파샥 꽃잎 같다.
라오스의 국화이기도 한 잠파꽃, 한 민족의 설움을 지고 이고 간 역사의 꽃이기도 하다. 나는 늘 남부 참파 HOTEL에 묶으면서 마당에 흔하게 떨어지는 이 꽃잎을 쓸어 담아 사진을 찍어 보곤 한다.
참 아픈 꽃이다.
생전 어머니가 나와 최초로 해외여행을 가셨을 때 아, 이 꽃 참 슬프게 생겼다. 했던 꽃이다. 사시사철 제철인 양 피어나는 라오스의 상징 참파 꽃 우리나라 무궁화처럼 여기저기 가득하다.
역사의 괴리가 우리와 닮은 꼴 라오스, 나는 그래서 라오스를 사랑한다.
식민지 아픔, 마치 일본과 환경이 비슷한 이웃 나라 태국, 라오스는 태국에서 북부 대부분 지역을 빼앗겼다. 지금의 치앙마이, 치앙라이 지역이 원래는 라오스 영토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란쌍 란나 왕국이 있었던 지역 중 란나 왕국을 점령한 태국, 정말 지독하게도 라오스를 괴롭혔다. 마치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프랑스라는 나라, 역시 70년 식민지배 통치를 하면서 라오스의 타겟 지역의 어린이들을 수장시키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에 있는 아뉴봉 장군의 손가락이 바로 이런 태국을 저주하면서 태국 쪽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냥 술이나 처먹고, 남자들은 동남아 여성들을 희롱하면서 조금 잘산다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아뉴봉 장군, 왕은 대한민국의 이순신 장군처럼 떠받드는 라오스의 영웅이다. 그런데 그 동상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는 한국 관광객들, 내가 보기에도 너무 부끄럽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이 있다. 라오스가 동남아 물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철도가 국토를 횡단하고 고속도로가 이웃 다섯 나라와 관통하기 시작했다.
제발 진정성 있는 관광으로 라오스와 거리를 좁히는 한국인들이 되었으면 한다.
그저 SEX도 관광이라고 술집, 사창가를 기웃대는 눈이 벌건 시골 아저씨들, 그리고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라오스인들을 무시하는 일단의 한국인들, 그리고 틱틱거리면서 라오스를 다 아는 것처럼 떠드는 부인네들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라.
우리가 보릿고개로 고생할 때 라오스에서 안남미라는 쌀을 보내주어 연명했다는 사실을 알라.
겸손하고 또 고마워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겨우 40년 전에는 라오스보다 삶의 형편이 결코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거지들이 득실거렸지만, 라오스는 단 한 명의 거지도 없었다.
산에 나는 파인애플, 바나나, 두리안 같은 과일이 지천이라서 굳이 굶을 필요가 없는 풍요로운 민족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싶다.
자존심이 강한 민족, 즉, 가난은 자존심을 꺾지 못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매설한 지뢰를 끝까지 뽑지 않고 국제 사회에 매설한 자가 뽑아야 한다는 논리로 맞선 그들, 강한 나라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이 때문에 라오스를 날아간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일화다.
그리고 그 지뢰를 미국이 해체하고 있다.
라오스 여행은 이런 자세로 다가가야 하리라. 진정성 있는 여행, 흥청거리는 여행이 아닌 라오스와 우리나라의 닮은 꼴을 찾아가는 여행, 그리고 역사를 읽고 배우는 진정한 친구가 되는 여행을 꼭 추천하고 싶다.
라오스에 꽂혀서 200여번 다닌 나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