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빈들만의 숭례문 착공식, 일반인에게는 굳게 닫힌 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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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들만의 숭례문 착공식, 일반인에게는 굳게 닫힌 철문
  • 관리자
  • 승인 201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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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0일은 국보1호 숭례문의 역사가 다시 써진 날이다. 이날 문화재청은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복구의 시작을 알리는 착공식을 숭례문에서 개최하고 숭례문 복구의 시작을 국민에게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건무 문화재청장, 국회의원 나경원 의원, 숭례문 복구 참여 장인들과 주요 인사들이 자리하였고, 숭례문 복구 소나무 기증자들이 초청되었다. 특히 수십여 명의 기사들이 자리에 몰려 숭례문 복구에 대한 보도의 열기가 뜨거웠다.

행사가 열린 숭례문 가설덧집의 4층에는 이백여 명의 인사가 몰려 시끌벅적하였다. 착공식 은 고유제와 문루해체 시연 등 숭례문의 착공을 알리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숭례문 복구 기원 연주가 진행되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으며, 행사장 한 편에는 음식이 준비되어 행사를 찾은 귀빈들을 대접하였다.





▲ 문화재청 주최 숭례문 복구공사 착공식






▲ 착공식에 참석한 귀빈들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착공식에 참여하기 위해 숭례문을 찾았을 때, 숭례문 가설물 입구에서는 보안요원이 행사에 초대된 인사와 기자들 외에는 출입을 막고 있었다. 몇 분만 기다려보아도 착공식을 구경 왔다가 보안요원에 제지당해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을 여려 명 볼 수 있었다. 보안요원은 “금일은 초대받으신 분만 올 수 있기 때문에, 주말에 시민관람 때 오시라”며 일반 시민의 출입을 막았다. 이날 착공식을 보기위해 숭례문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숭례문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 일반 시민에게는 굳게 닫힌 숭례문 착공식



숭례문 복구의 시작을 알리는 뜻 깊은 행사를 시민들과 함께할 수 없을까하는 질문에 대하여 문화재청 관계자는 “광화문 상량식 때도 그렇듯이 이런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며, 공개적으로 행사를 진행하였을 경우 “안전상의 문제 등 곤란한 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문화재청에서는 숭례문 복구의 국민 참여를 계속 강조해왔는데, 복구의 시작부터 국민 참여는 헛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 숭례문 착공식에 참석을 위해 보안요원의 확인이 필요


숭례문 착공식을 보기위해 인천에서 일부러 숭례문에 왔다가 보안요원의 제지에 막혀 다시 발길을 돌리는 한 시민은 “나는 일반인 출입이 안 되는지 모르고 왔는데, 일반인이 가서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문화재청의 숭례문 착공식과는 별도로 숭례문 가설물 밖에서는 ‘숭례문소실 2주년 국민추모제’가 열리고 있었다. 문화재청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이곳에서 향을 올리며 멀리서 숭례문 가설물을 보며 숭례문 복구가 원만히 진행되기를 빌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숭례문 동전모금함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며, 숭례문 복구에 시민들의 염원이 실릴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하기를 독려하였다.





▲ 숭례문소실 2주년 국민추모제


국민 추모제를 주최한 숭례문복원국민참여운동분부의 이영훈 공동대표는 “숭례문화재 2주년은 추모하고, 문화재청에서 오늘부터 공사가 시작된다고 하여 성공적인 복원을 기원하기위해 추모제를 준비했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숭례문 동전모금함에 대해서는 “집의 동전들을 모아 보내주시면 하나은행에서 개수해서 문화유산국민신탁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다시 문화재청으로 보낼 것”이라며, “국민들의 작은 참여로 후손들에게 숭례문 복구의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이날 문화재청 착공식에 국민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이 숭례문 복원공사의 시작을 다 보도하는 이런 국민적인 에너지가 모이는 날에는 숭례문의 문호를 개방하고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해야한다”며, "문화재청의 착공식을 이렇게 조촐하게 진행하는 것은 기획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시민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문화재청 착공식에 대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 국민추모제에서 분향하는 시민


숭례문 복구는 단순히 하나의 문화재 복원의 의미를 뛰어 넘는 국민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숭례문 복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부터 국민은 없고 소수의 귀빈들의 행사로 전락시키는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숭례문 복구의 모든 과정은 공정의 차질이 없는 선에서 국민들에게 열린 현장이 되어야 한다. 국보 1호의 화재로 숭례문 복구에 대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국민들의 참여 없는 이날 숭례문 착공식은 문화유산의 주인이 빠진 머슴들의 행사로만 그치고 말았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숭례문의 주요 공정에는 행정편의의 소수 귀빈을 위한 행사 개최가 아닌, 숭례문이 우리시대에 전하는 의미와 교훈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축제의 마당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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