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국정감사」초짜기자, 국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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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국정감사」초짜기자, 국회가다!!!
  • 관리자
  • 승인 2010.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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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


젊은 층 사이에서 로보트태권브이가 나온다는 속설이 돌고 있는 국회의사당. 어쩌면 둥글게 생긴 지붕에서 나온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정치계의 무거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도 “내가 죽는 날까지 국회는 들어갈 일이 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것을 보면 정치란 오랜 세월부터 우리에게 어려움에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국감을 취재하기 위해 처음 국회의상을 찾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며 걱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처음 국회를 찾아간 이유가 ‘국정감사(이하 국감)’라는 무거운 주제는 어깨에 올려놓은 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나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국회의 문턱은 역시나 삼엄했다. 그저 취재 차량이 들어가는 것인데도 사유를 밝혀야했고, 국회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물건은 물론 내 몸 구석구석까지 검사를 받아야 했다. 정부의 국가 보안력이 대단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라는 생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방송국 사내에서도 신분증을 내고 출입증을 받아야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가지고 있는 물건은 물론 나 자신까지 검사 받고 신분까지 보장 받아야 들어갈 수 있으니 국가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소문은 아니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것들을 단적으로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방문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증을 옷에 걸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실로 향했다. 아침 나절부터 부탁한 국회의원들의 보도 자료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도착한 탓인지 이미 많은 기자들이 회의실 앞에 앉아 정신없이 국정감사 사안을 보도하고 있었다. 적당한 자리를 찾고 있던 나는 도저히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해 회의실 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한창 국정감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찰나에 들어온 난 한 의원(김성태 의원으로 추정되지만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도 전에 발언권이 전혜숙 의원에게 넘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의 거친 고함소리가 들렸다.


“청장은 답변석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저기 발언대에게 서세요!”


문화재청장을 향한 고함이었다. 난 당연히 문화재청장이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문화재청장은 너무 힘없이 답변석에서 일어나 발언석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너무 나약하고 불쌍해 보여서인지 문화재청장의 히끗히끗한 머리가 안타까웠고, 그를 향해 꾸짖음을 날리고 있는 의원은 악마 같았다.






▲ 발언대에 선 문화재청장


처음 국회를 들어섰을 때부터 두려움에 쌓여 있는 내게 굉장히 쇼킹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기사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면서도 한숨이 절로 나왔고, 현 상황을 어떻게 기사화 시켜야 할지도 갑갑했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이 되자 발언권이 민주당 전혜숙 의원에게 넘어갔다. 그녀는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영릉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첫 스타트부터 거칠었다. ‘분명 앞에서 고함을 친 의원의 탓일거라’ 확신한 나는 그녀가 말하는 상처받은 문화재 걱정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그녀는 분명 첫 발언부터 4대강 사업으로 인하여 영릉(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의침수를 염려했었고, 그 것으로 인하여 세계문화유산 등록 취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걱정하고 있었다. 분명 상처 받은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미 아빠의 꾸중으로 떨고 있는 자식에게 엄마의 꾸중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도 나와 같은 생각이어서 인지 전혜숙 의원에 뒤이어 세종대왕릉에 대해 질문을 하는 나경원 의원은 굉장히 차분하게 문화재청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었고, 문화재청장도 그 때문인지 왠지 안정되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그녀가 여당(한나라당)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양식을 보였던 것일까? 단순히 4대강을 찬성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그녀가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분명 문화재청장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었고, 큰 소리만 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좋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경우 잘 못된 것을 지적하고 있기는 했지만, 문화재청장에게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서 들은 것도 아니었다. “네, 나중에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가 대답의 전부. 그저 나경원 의원이 자신이 조사하고 준비한 것의 발표에 지나지 않는 식의 질의응답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흐름은 어느 의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문화재청을 향해 크게 꾸짖는 의원이나 차분하게 대답을 요구하는 의원이나 모두 대답을 얻어낸 것은 아니었고, 고함의 당(黨) 구분도 있지 않았었다. 어쩌면 이번 국감이 첫 번째 국감이기에 문화재청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제기하고 그들로 하여금 해결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 그들의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었기에 그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회의가 과연 옳은 방법일까? 우리들의 아이에겐 “토의할 때나 회의할 때는 남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언성은 높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를 대표하는 어른이라는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부끄럽다는 생각은 떨쳐지지 않는다.






▲ 답변하는 문화재청장


그러나 나의 불만의 최고점은 바로 문화재청장의 답변 방식이었다. 분명 우리 기자들보다 먼저 국감 사안에 나올 질의서를 받았을 텐데 왜 “나중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로 대답을 일관하는 것일까? 무능해 보이기 짝이 없었다. 단순히 현 상황 회피용의 대답이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국감의 자리는 회피하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는가. 그들이 저지른 잘 못을 반성하고 그것을 어떻게 시정해 나갈 것인지 의견을 제시해 잘 못된 사항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국민과 약속을 하는 자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재 국감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문화재청장처럼 “모르겠다.”, “나중에 하겠다.”라는 식의 회피용 대답은 정말 아닌 것 같다.


국민은 정부에게, 그리고 기업에게 바라는 것이 한 가지 밖에 없다. 진실되게 모든 것을 올바르게 해결해 달라는 것.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들도 좋은 것을 좋아할 뿐이다. 부디 정부건 기업이건 이런 단순한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나쁜 것을 좋게 고치고,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어 행복한 나라로 자리 잡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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