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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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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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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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에서 바라본 경관

이른 아침, 먼동이 틀 때 운길산 수종사에 대웅전 앞에 서 있다면 비경의 경탄을 맞는다. 남한강 북한강 이 두 물길이 만나는 양수리가 마치 선경의 묵화처럼 번져나간다. 모든 내방객에게 무료로 내어주는 삼정헌(三鼎軒)의 다향, 일찍이 해배되어 능내리, 마재에 거했던 다산과 자신을 찾아온 초의선사가 차 그릇에서 번지는 차향과 더불어,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감탄했을 터이다. 유학의 허는 이치를 가지고 있어 불교의 허가 다르다고, 다소 배불(排佛)에 앞장섰다는 오해를 받은, 성종의 시절 유학자 서거정이 이르기를, 관옥과 같은 절경이라서, 감히 해동 제일의 풍광이 수종사라 했다. 최고의 조선 화가 겸제는 자신의 화폭에 수종사와 남한강 북한강 두 물길을 그려내며 화답했다. 비경에 홀린 다산을 비롯한 수많은 문객이 앞을 다투어 수종사의 풍경을 칭송했으니 남겨진 시문이 책 한권을 채우고 남는다.




▲수종사에서 편찬한 시모음집

품고 있는 경치만큼이나 눈길 닿는 곳이 모두가 견주어 부처의 자애로운 미소와 같다. 다양한 수생대, 특히 괴목이 군락지를 이룬 운길산 정상의 수종사, 아쉽게도 전각은 육이오 전란에 모두 소실되어 최근에 다시 지어졌다. 그래도 육백년, 그 성상의 세월 앞에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준 은행나무가 또한 굳건하다.




▲수종사 경내 모습

수종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이다. 1458년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金剛山)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세조가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18나한(羅漢)이 있었는데,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와 바로 그 자리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하였다고 한다. 즉, 왕명으로 지어진 사찰 턱이다.



중요문화재는 수종사부도(浮屠)와 5층 석탑이다. 부도 내에서 출토된 청자유개호(靑瓷有蓋壺)와, 그 안에 있던 금동제9층탑(金銅製九層塔) 및 은제도금6각감(銀製鍍金六角龕) 등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제 259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부도는 아직도 지방 문화재에 머물고 있다. 부도 중 스님의 부도가 아닌 왕가, 옹주의 부도라는 점이 특이하다. 명문에 정확한 연대도 기록되어 있고, 부도에서 출토된 유물이 이미 보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데, 정작 유물을 품에 안았던 부도는 지방문화재라니, 참으로 이해 못할 문화재 관리 시스템이다. 부도 내에서 출토된 유물 또한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수종사를 떠나 국립박물관을 거쳐 현재 불교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도유형문화재 제157호 남양주수종사부도

부도 또한 대웅전 왼쪽 편에 위치하고 있다. 사찰의 격으로 보았을 때, 대웅전 옆에, 소위 말하는 무덤을 놔두는 예는 그 어디에도 없을 터이다. 전란 직후 굴러다니던 것을 몇십년이 지난 후에 수습하여 임시로 옮겨 놓은 것인데 당연히 제 터가 아니다. 이 역시 다시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경내 마땅히 옮겨갈 곳이 없으니 그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수종사 인근 지역 즉, 운길산 전체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서 단 한편의 땅도, 소중한 문화유산이 옮겨갈 곳이 없다.



운길산 역이 개통되면서 불어나기 시작한 산행객들이 산 중턱에 마구잡이 주차를 해 놓고, 그들이 사용하고 간 각종 오물, 악취로 코가 얼얼한 간이 화장실, 수종사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 관리, 천만 서울 시민의 상수원 보호, 이 두 가지 중첩규제로 수종사는 좋은 풍경과는 정반대 상황에 처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심각한 토론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인규 문화재 위원장을 비롯한 김동현 원로 문화재 위원, 석탑 전문가 엄기표 교수 외, 관련 공무원들이 함께했다. 특히 상수원 관련 법 전문가인 이석호 박사는 법규 준용을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참석한 시, 도 관계자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수종사 간담회 현장

토론회 때문에 현장을 방문한 이인규 문화재 위원장은 수종사 인근의 경관에 감탄하면서 조속히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지로 지정하여 주민 편의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문화경관적인 자산, 이제 관광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수종사는 국민들에게 갈 길을 묻고 있는 것이다.



74년 수종사를 시작으로 해서 수행을 길을 걷고 있는 동산 주지스님은 불교문화유산이 종교가 아닌 거시적 시각에서 우리 국민들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고 말씀하신다. 특정 종교가 아닌 조상들의 삶의 기록이고, 전각하나, 돌탑하나 이는 조상들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들이기에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올곧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노곤함으로부터 여유를 찾고자 찾아오는 내방객들이 조용히 자리 잡고 앉아 잠시 쉬어가는 한가함을 맞볼 수 있는, 그런 공간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김동현 원로 교수도 동산 주지스님의 탄식에 아쉬워했다.




▲수종사 동산 주지스님

국민들에게 길을 묻고 있는 수종사, 속살 같이 감추어졌던 문제에 대하여 이제 국민들이 답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운길산 전체의 70프로를 소유한 수종사에서 경내 경관지를 보존하기 위해 산행을 막아야 할지 아니면 최소한의 주차 공간과 편의 시설물을 갖추고 제대로 관리해서 주민들과 함께해야 할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문화재 관리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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