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일월사 유신리 마애불'을 방문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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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일월사 유신리 마애불'을 방문한 소회
  • 관리자
  • 승인 2015.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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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보성군 유신리 존제산(存帝山) 일월사로 해가 떠오르면 잔잔하게 번지는 마애불의 미소가 아름답다. 이 마애불은 9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944호 ‘보성 유신리 마애여래좌상(寶城 柳新里 磨崖如來坐像)’이다.




▲보성 유신리 마애여래좌상

보호각에 갇혀있어 다소 답답한 모습이지만 조각 기법이 매우 수려하고 웅장한 모습이 압권이다. 특히 전남 지역 마애불의 특징을 잘 알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데 이의가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이 유신리 마애불을 찾는 관람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관광 자원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보성군의 땀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일월사 측의 문화재 관리에 대한 인식이 다른 사찰에 비해 조금도 뒤지 않는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




▲보성 유신리 마애여래좌상

‘새벽 예불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마애불 앞에서 합니다. 겨울에는 굉장히 춥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마애불을 돌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일월사 사무장은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마애불부터 살펴본다. 한 밤에도 두세 차례 마애불 주변을 살핀다는 말로 미루어 볼 때, 유신리 마애불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문화재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한 사찰 측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애불에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져요’ 하는 겸연쩍음으로 말을 맺은 사무장은 아직 시집도 안 간 소녀같은 모습이다.




▲보성 일월사

아직 사찰의 편의 시설은 다소 열악하다. 특히 식당이 비좁아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화장실 및 다른 시설도 손봐야 할 곳이 많다, 특히 마애불, 소위 말하는 참배하는 곳은 장소가 협소해서 관람객 중 일부는 발을 헛디뎌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잦다.



‘마애불을 전면에서 보려다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분들이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해요.’




▲보성 일월사

마애불 전면에는 각종 모양의 기암괴석이 오묘한 형상으로 펼쳐져 있어, 시급히 주변을 정비해서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여야 할 일이다. 다행히 문화재청 김종진 차장도 현장을 방문해서 대책을 논의하는 등 유신리 마애불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열악한 시설탓에 공양 대신 화장품이나 기념품을 나누어 주곤 하는데, 이를 사찰의 상행위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일월사 측에서 무리하게 제를 강요한다는 둥 관람객 수가 늘어나면서 주변의 시선이 조금은 삐딱하게 변한 것이다.



사찰은 본디 제를 지내고 이를 통해서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곳인데, 종교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당연한 의식들마저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보성 일월사

일월사가 하루 빨리 이러한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본래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사찰로 되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찰 환경 개선을 위한 문화재 관리당국의 큰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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