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거장 '친일 작품' 대거 전시
상태바
미술계 거장 '친일 작품' 대거 전시
  • 관리자
  • 승인 2004.10.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초의 친일작품으로 한복 차림의 부인들이 일제 고위 총독에게 금비녀를 증정하는 광경을 담은 1937년 작 ‘금차봉납도’를 그린 ‘이당 김은호’.

착검한 채 적진을 향해 육박전을 치르러 돌진하는 황군의 용맹스러움을 그린 1944년 작 ‘적진육박’이란 그림으로 결전미술전에서 조선군보도부장상을 수상한 ‘운보 김기창’.

조선일보 인기연재만화 ‘멍텅구리’를 통해 일제의 시국 정책을 찬양한 ‘노수현’.

각종 전쟁화를 비롯한 미술 작품 활동을 통해 그간 친일여부로 논란을 빚었던 김은호, 김기창, 김경승, 심형구 등 미술계 거장들의 구체적인 친일 활동과 작품들이 전시됐다.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전시체제와 민중의 삶’ 전시회가 (사)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주관으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이어져 암울했던 지난 역사를 미술로 돌이켜보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개막식 행사에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친일 미술가들의 작품은 관점에 따라 애매하게 설명될 수 있겠지만 시기에 따라 권력에 부역하는 미술의 잔재가 현재까지도 남아있다”며 “올바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인 배경까지 파악하고 잘못된 친일의 역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전시할 만한 장소를 정부에서 내주지 않아 힘들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까지 오게 됐다”며 “앞으로 친일과 관련된 상설박물관을 지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도 참석, 정치권의 과거청산 논쟁과 관련 “최근 신기남 의장의 부친이 친일인사로 밝혀져 한동안 논란을 빚었으나 자신과 부친은 별개의 문제라고 변명한 것은 한나라당의 입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친일 등 과거청산이 당파적인 논리가 아닌 진정한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 전시회에서는 일제의 전시체제하 동원된 미술계 거장들의 미술정책, 동원미술, 친일미술의 전모가 밝혀지며 일제강점기 수탈상과 강제동원의 참상을 증언해 주는 실물 자료가 다수 전시됐다.

대표적 친일 미술가로는 1930년대 말부터 미술 평론을 통해 내선일체를 주장한 ‘구본웅’을 비롯 대동아전쟁을 찬양한 조각상을 다수 만들고 해방 후 독립운동가의 조각상을 도맡아 제작한 ‘김경승’, 반도총후미술전 작가로 활동한 ‘김기창’, ‘김은호’, ‘김인승’ 등의 친일 작품과 자료가 공개됐다.

또 종군부역화가로 활동한 ‘송정훈’, ‘지성열’, ‘김종찬’ 등과 ‘배운성’, ‘윤효중’, ‘심형구’, ‘이건영’, ‘이상범’ 등 친일 미술인들의 자료와 작품도 전시됐다.

특히 이완용의 일제 관료를 찬양하는 서예품, 애국기 헌납을 독려하는 박득순의 전쟁화 ‘항공기’ 등도 원본으로 공개됐다.

일제의 성전화첩, 청일전쟁.러일전쟁 화보, 한일합병 기념화첩, 반도지광.소국민.신시대 등 친일잡지와 조선미전.만주미전 도록 등 일제강점기 미술계의 친일 동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들도 소개됐다.

실물자료로는 천인침.봉공대.무훈띠.지원병입소 기념 깃발 등 징병.징용과 관련된 자료, 방공카드.방독면 등 전시통제생활 유물, 신사참배 등 내선일체 황민화정책을 선양하기 위한 그림엽서, 공출.배급.국방헌금 자료 등 다양한 물품도 선보였다.

이밖에 최근 일본 내의 우경화 분위기로 인해 일본 전시가 취소되었던 ‘해남도 특별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중국 해남도에서 학살된 수천 명의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와 관련된 사진전으로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의 잔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 준다.

이번 서울 전시 후 독립기념관, 전주역사박물관 등으로 전국 순회전시도 있을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