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시대정신’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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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시대정신’을 읽자
  • 관리자
  • 승인 2017.03.3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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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선 판의 화두 중에 간간히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곤 한다. 그런데 정작 이 시대정신이 무엇에 대한 요구인지, 그 진정한 바람에 대한 고민은 없는 듯하다.

어떤 후보는 적폐청산이 시대정신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워낙이 눈에 뵈는 게 없는 대선 판인지라 모든 우호적 단어를 끌어다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국민들은 이런 상투적 구호의 홍수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시대정신?" 그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합리적 공감대, 즉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이다. 적폐청산은 당연히 이루어야할 과제지만 촛불로 대변되었던 민심의 함성, 촛불이 갈망했던 정신적 가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정농단으로 비롯된 비상식적인 국가 경영에 대해 일침을 가했던 촛불의 상징성을 '시대정신'이라는 이름으로 결국 그 비정한 결과만 취하려는 것은 아닐까?

시류와 여론에 따라 급조된 듯한 선언적 구호로 시대정신을 빙자하여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모션에 능한 대선주자들뿐인 것 같아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또한 걱정스럽다.
촛불이 원했던 시대정신은 바로 미래에 대한 바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래에는 어떤 식으로 국가를 경영하고, 젊은이들에게 어떤 희망적인 나라를 계승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의 본질이 시대정신이다.
아주 간단한 말로 상식적인 나라, 좌·우 이론의 여지없이 상식이 기반이 되는 나라, 노력의 가치가 인정받는 공정한 나라, 그런 나라를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본질의 고민이 이 시대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시대정신인 것이다.

박근혜 시대는 이제 사법적 판단에 맡기고, 미래에는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대선주자 일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걸 선언하는 후보가 없다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대통령이 지엽적인 포퓰리즘 성격의 몇몇 공약으로 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일자리 창출, 청년고용, 경제 활성화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성장 모멘텀이 필요하다. 정신의 가치를 몇몇 지표로 결과를 만들고자 하면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어도 늘 정권 말미에서는 이 같은 불행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그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흔히 말하는 박사모로 대변되는 꼰대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은 그 당시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가장 잘 읽었고 그들의 마음을 한데 모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들이 향수로 여기는 박정희의 유산에서 배울 점을 찾는 노력, 그것이 이 시대의 또 다른 모멘텀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거창한 정치 공학적 유식한 발언, 그거 아무짝에도 필요 없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만져주고, 늘상 피곤에 절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시대정신을 읽을 줄 아는 지도자,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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