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아픔도 역사고, 치욕도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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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아픔도 역사고, 치욕도 역사다
  • 관리자
  • 승인 2017.08.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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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종어보 건으로 연일 말이 나오고 있다.
덕종어보는 아들인 성종이 아버지 의경세자를 왕으로 추존하면서 만든 어보로,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환수되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 전시중이다.

환수됐을 당시 덕종어보는 1471년 만들어진 진품 어보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친일파에 의해 만들어진 재제작품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제시대 때 친일파에 의해 제작된 모조품이므로 당장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에서 제외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1472년 제작된 어보가 아닌 일제시대에 친일파에 의해 제작된 어보라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아픔도 역사고, 치욕도 역사다.
식민지 시대 어쩔 수 없이 다시 제작될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의 산물 덕종 어보, 그 어보를 그대로 바라봐 주면 안 되는 것인가? 우리가 지우려야 지울 수도 없는 역사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안 되는 것인가?
오히려 드러내놓고 전시해서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사전에 명확하게 알리지 않은 문화재청의 잘못도 있다. 그러나 전시회 자료에 ‘1924년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제작’되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특별전 전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덕종어보와 관련된 각종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문화재 문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부족함을 여실히 느낀다.
문화재 시민운동가의 효시나 다름없는 황평우 소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조차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이번 덕종어보 전시 논란은 단순한 진품, 모조품 논란을 떠나 문화재계와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진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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