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동원’된 보도연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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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동원’된 보도연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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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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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사건을 포함한
'과거사 진상규명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쟁 당시 대표적 학살 사건인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최근의 연구
결과가 나와 이를 소개한다.



6.25 전쟁이 터지고 보도연맹원인 아들에게 소집 명령이 떨어지자 아버지는 말한다.

“참고 어서 갔다 오너라. 가서 열성을 보이면 빨리 취직이 되거나 공군 입대도 가능해 질런지….” 하지만 한 점 의심없이 나갔던
아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1949년 6월 당시 이승만 정권에 의해 결성된 국민보도연맹은 “공산주의를 박멸하기 위해 과거 좌익단체에 들었거나 좌익운동한
사람을 가입시켜 국가에 충성을 맹세케 하는 일정한 심사와 교육을 받게 했던 단체”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가입했어도 ‘빨갱이’로 낙인찍힌 연맹원들은 언제 해꼬지를 당할지 모르는 불안에 떨며 소집 명령이 있으면
무조건 집합해야 했다.


실제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상황인지도 모른 채 평소 규율대로 모인 연맹원들은 전향자가 아닌 후방의 위험요소만 인식돼 이승만
군경 당국에 의해 여러 지역에서 갖가지 잔인한 방법으로 학살의 대상이 되고 만다. 결국 돌아오지 못할 길을 아무것도 모른채 갔던
것이다.


부산과 같은 도시의 경우는 일부 농촌 지역과 양상이 조금 다르다. 비록 전향을 했으나 전쟁 상황을 알아채고 ‘빨갱이’로 몰릴
것을 예감했던 연맹원들은 혈서로 충성을 맹세한 입대를 자원했다. 하지만 제대로 훈련조차 받지 못하고 전장에 나가서 총알받이로
전사하거나 평생을 불구로 아무 보상없이 살아오고 있다. 죽음으로 동원됐던 또 다른 양상이다.


최근 강성현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는 ‘역사학연구소 제1회 워크숍’에서 ‘전향에서 감시.동원, 그리고 학살로’라는 논문을 통해
당시 정부기록, 신문기사들에서 나타나는 보도연맹의 기존 제도적 연구 뿐 아니라 회고록 등 지방의 구술사적 접근으로 지역마다 다양하게
작용했던 연구 결과를 내놓아 흥미를 끈다.


강 박사는 이같은 연구방법을 토대로 보도연맹의 결성과 확대, 개편된 과정이 ‘좌익세력의 색출’보다 정부 주도의 관변적인 성격이
강한 ‘반공사상 고취를 위한 단체’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보도연맹의 목적이 대한민국을 보호하는 시대적 요청이라기보다 사상범으로 분류된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시작했다가 성과를
거두면서 이승만 정권의 지지기반을 갖추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48년 말에 공포된 국가보안법의 초기적 확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보도연맹의 가맹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는데 자수자 출신 외에도 지방의 경우 조직 개편 및 확대 과정에서 ‘최상의 신분보장’이라는
지역 인사의 감언이설과 우익단체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가입한 경우도 흔했다고 보고한다.


연맹원으로 가맹했던 주민들은 이후 주기적으로 불려다니며 양심서 쓰기를 해야 했고 심리적으로 편한 상태로 살지 못했다.



6.25 이전인 49년 당시 거제의 경우 거제 인민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미군정에 의해 토벌작전이 벌어지면서 산으로 쫓겨
가게 되자 그들의 가족들 뿐 아니라 거제 사람들 대부분이 ‘빨갱이’로 몰려 고문과 학살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한편 보도연맹원으로 가입해서 ‘죽음으로 동원’됐던 주민들의 경험이 지역에 따라 극히 예외적이었다고 폄하할 수도 있으나 당시
이승만 정권 규율의 힘으로 인해 예외적인 경우는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보도연맹은 6.25 전쟁이 끝나면서 명맥이 끊겼지만 이후 일체 조사가 거부된 채 역사속에 묻혀 왔으며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보상없이 평생토록 역사의 짐을 지우게 했다.


40년간 실체 감춰 온 보도연맹 사건


80년대 말 월간 ‘말’에서 양민참극으로 ‘보도연맹 사건’이 다뤄진 이후 최근 들어서 방송 다큐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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