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문화재 공사 현장, 기본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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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문화재칼럼 _ 문화재 공사 현장, 기본을 지켜라
  • 관리자
  • 승인 2017.09.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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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공사 현장을 다니다 보면 사소한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안전모의 착용이나 특히 목재 일을 하는 건축 공사장에서는 담배 등 일체의 화기를 엄금하고, 목부재의 경우 비를 맞히지 말고 관리를 잘해야 하며 현장 주변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한다는 등의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운악산 현등사 공사현장에 들렀을 때 놀랍게도 인부들이 석유통 옆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광경을 목격했다. 반쯤 상량된 목재에는 비를 맞혀 청태(靑苔, 목재가 썩었을 때 번지는 이끼)가 가득 끼었는데도 건조를 위한 어떤 행위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현등사 3층 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주변으로는 공사장에서 흘러나온 폐 돌멩이 무더기들이 가득해서 사람들이 교행하기도 불편했다.

담배를 피우는 인부에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어제부터 날일(날품팔이)하러 온 사람이라서 무엇 하는 현장인지 일체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오히려 짜증을 내는 게 아닌가. 또한 목재가 비에 젖은 점에 대해서는 ‘비가 와서 비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상식 밖의 대답이 나왔다. 비에 젖은 나무로 공사를 하면 금방 썩어 주저앉을 텐데 국민 세금을 이렇게 함부로 쓰고 관리해서 되겠냐고 반문했더니 자신은 상관없는 일이니 회사에 물어보란다.

현장 관리인도 상주하지 않았고, 작업일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날림으로 후닥닥 공사만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기능인 자격증도 없는 무자격자를 현장에 투입하고, 감리도 자리를 비우고 공사장 주변은 난장판을 만들면서 오히려 당당하다. 공사장 안에는 전기선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인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워 물고 대패질을 한다.


숭례문에서 비롯된 부실공사 문제로 연일 질타를 받으면서 문화재 동네는 이제 달라지겠다고 수차례 외쳤고, 제도도 싹 바꾸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전혀 변화를 체감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 공무원이 지난주 화요일에 점검을 다녀갔다는데 도대체 무얼 점검했는지 궁금하다. 문화재청이 현장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관리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면 얼마나 절망감이 들까.

제발 기본을 지키자.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안 된다.
인부를 현장에 투입하기 전 문화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사소한 규칙부터 잘 지켜나가도록 관리하는 것이 부실공사를 막는 첫걸음이다. 또한 현장 관리에 소홀한 업체에 대해서는 문화재수리업 법에 의거해 위반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고, 엄격하게 지도·관리하여 원칙을 지키는 정신이 현장 곳곳에 스며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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