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人터뷰 - 기순도 명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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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人터뷰 - 기순도 명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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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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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어 평창까지 홀린 전통 장(醬)의 명인 기순도.
360년 된 씨간장, 우리 장맛 알리기 위해 미 대통령 청와대 만찬에 선뜻 내줘


‘360년 된 간장’이 있다고?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국빈만찬 이야기다.
당시 만찬의 화제는 단연 ‘독도새우’와 360년 된 씨간장으로 구운 ‘한우갈비’였다.
독도새우는 이름으로 인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관심은 한우갈비가 아닌 갈비에 소스로 쓰인 간장이었다.
360년이 된 씨간장.



Q. 간장과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우리 나이 때는 다 시집오면 했어요. 도시 사는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다 했어요. 그렇게 시작했지요.


Q. 장흥고씨 양진재 문중 간장만의 비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메주를 끓일 때도 좋은 날을 받아서 하고 궂은 날에는 못 오게 합니다. 그렇게 정결히 하고 정성을 다 들여서 하지요. 지금도 짚으로 꼭 매달고 옛날식 그대로. 매단 것이 골고루 발효돼서 좋아요. 저희가 더 좋은 간장을 담그기 위해서 죽염을 구워서 쓰거든요. 그게 다른 집과 (다른) 특징이라면 특징일 거에요.


Q. 간장을 만드는데 자신감 생긴 시기는 언제인가요?
간장이라는 게 연습이 없어요. 일 년에 한 번 담그면 그걸로 (계속) 먹어야 하거든요. 제가 한 지가 45년이 채 넘었잖아요. 지금도 자신 있는 건 아니에요. 정성과 모든 것을 규칙대로 하고 있죠.


Q. 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요?
1년에 한 번 담그는 거예요. 동짓달에 메주 끓이는 달, 섣달은 메주 발효시키는 달, 일월(정월 달)은 장 담그는 달. 이 과정이 열 가지 과정이라 하면 한 가지만 소홀해도 만들기가 힘들어요. 그 맛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하나하나 다 중요합니다. 콩도 중요하지요. 물도 중요하죠. 손맛도 중요하죠. 다 중요합니다.


Q. 장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해주신다면?
동짓달에 메주를 끓여서 섣달에 발효를 시켜요. 정월 달은 발효가 다 된 메주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가 빠지고, 죽염을 풀어서 하룻밤 재우고. 다음날은 소금하고 메주하고 물하고 넣고 맛있게 되라고 기도를 합니다.


Q. 간장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똑같이 짜도 소금은 짠맛만 있잖아요. 간장은 감칠맛도 있고 여러 가지(맛이 있잖아요.) 발효식품이라. 그래서 더 좋죠.


Q.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에 명인의 씨간장으로 구운 한우갈비구이와 독도새우와 함께 화제가 됐습니다. 어떻게 만찬에 오르게 됐나요?
청와대에서 음식 하시는 분이 문의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가 이런 기회에 우리 간장을 알려서 세계화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수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나이하고 똑같은 간장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나이와 똑같은 간장은 없었어요. 더 오래된 (간장을) 드렸죠.


Q. 씨간장은 다른 간장과 정말 다른가요?
저희가 360년 된 10대 종가잖아요. 맛이 아주 다르죠. 옛날 간장을 아시는 분들은 (씨간장을) 약이라고도 평가하십니다. 아주 진하고 맛있습니다.


Q. 평창올림픽에도 소개됐다고 하던데?
네. 외국인들에게 홍보해야겠다고 (간장을) 달라고 연락이 와서 올림픽 주관하시는 분들께 연락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전시가 되었고 외국인들 유명한 분들도 많이 왔어요. 간장 맛을 보기 위해서.


Q. 해외 유명 세프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한식에 관심이 있고 모든 음식에 간이 되어야 하거든요. 우리나라같이 좋은 간장을 안 쓰고 소금을 쓰고 왜간장 쓰고 하잖아요. 우리는 한국에서 기본인 간장을 쓰거든요. 몇 백년 내려온 (씨간장이) 신기한가 봐요. 맛을 보고 놀라시더라고요.


Q. 간장요리 중 한 가지 소개해준다면?
저희는 평생 간장으로 김치를 담가왔거든요. 간장 김치하면 사람들이 짜서 어떻게 먹냐, 색이 까맣다. 그러는데 전혀 아닙니다. 다들 신기해하고 좋아하세요.


Q.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제일 보람되게 느꼈던 것은 대학교에 가서 식품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메주와 간장을 만드는 것을) 전혀 모르더라고요. 이화여대 상명대 등 5개 대학을 가서 (강의를) 했어요. 강의라고 할 것도 없고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더니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희 간장 김치도 가져와서 맛보게 하고, 한식에서 간장이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도 말해주고…. (학생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많이 알아야겠더라고요. 요즘에는 외국인도 관심 있어요. 더군다나 한국에서 식품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알아야 하잖아요. 많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대학교에 갔을 때도 와서 자고 직접 배울 수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저희가 아직 그런 시설을 못 갖추었거든요. 제가 여유가 있다면 그런 시설을 갖춰서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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