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사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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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사립박물관
  • 관리자
  • 승인 200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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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일 문화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세계박물관대회(ICOM)가 성대한 개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사립박물관들은 심각한 재정난 속에 사라져가고 있다.

김포에 있는 덕포진교육박물관.
이곳은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김동선·이인숙 부부가 사재를 내어 만든 박물관으로 교단에서 또는 학급에서 사용하던 여러 가지 비품들과 교과서·교재를 비롯하여 우리 전통 농기구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다양한 교육전시관과 체험교육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외부지원이 전혀없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질높은 교육프로그램과 전시를 위하여 학예연구사 2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으로 이들의 월급을 내주기도 벅찬 실정이다.

올해로 8년째 교육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선 관장은 “이제 다른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제대로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학예사의 활동비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호소했다.

얼마 전 폐관위기까지 갔었던 국내 유일의 여주여성생활사박물관은 사정이 더하다.

이곳은 박물관장인 천염염색가 이민정씨가 오랜 기간동안 모은 유물을 가지고 사재를 털어 폐교를 임대해 박물관을 개관했다. 그러나 외부지원 없이 입장료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에서 박물관은 매년 적자가 쌓여갔고 결국 2002년과 2003년 폐교 임대료 5300여만 원을 내지 못해 여주교육청으로부터 전시물품 가압류 처분을 받아 현재 유물에 빨간 압류딱지가 붙어있는 상황이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의 상황은 사립박물관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립박물관은 외부의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예연구사나 전문운영인을 고용하거나 시설이나 환경등 서비스 개선을 하기 힘들다. 이는 관람객의 감소를 낳고 관람객의 감소는 또 다시 재정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구학모 여성생활사박물관 부원장은 “박물관에 대한 인식부족 · 관심부족으로 유물이 압류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현재 뜻을 같이하는 전문경영인이 투입되어 박물관을 되살리고 있다. 사립박물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지원과 민간단체의 관심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립박물관의 90% 이상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문을 닫는 박물관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20여개의 사립박물관이 폐관 또는 휴관 상태다.

지난 2003년에는 문을 닫은 국내 사립등록박물관 1호 홍산박물관의 소장품들이 사라져 사립박물관 관련 정책이 얼마나 미흡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립박물관측에서 세계박물관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사립박물관의 폐관율이 15%에 다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립박물관의 열악한 내부적 현실을 제쳐두고 외양만 치장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회에 참가하려면 참가비가 최소 300만원에서 최고 1200만원을 내야하는데 대부분 재정난이 심각한 사립박물관들은 박물관대회 참가를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지난 6월 로또복권기금 36억원을 사립박물관에 특별전시기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지 세계박물관대회를 위한 일회성 지원성격이 강할뿐 실질적인 문제점 개선을 위해서는 너무 미약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전보건대학 박물관연구소 조한희 교수는 “사립박물관에 대한 정부나 공공기관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로또기금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진흥법에 의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도서관박물관과 정윤찬 씨는 “이번 기금지원을 위해 현장을 돌아보며 사립박물관의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느꼈다”며 “로또복권기금을 매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여 사립박물관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립박물관의 제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지방문화재단이나 지방 국·공립 박물관들의 역량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국·공립 박물관과 사립박물관간 협력을 통해 전시나 전문가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본운영비와 특별전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더불어 사립박물관들의 재정적 독립을 위해서는 사립박물관 현실에 맞춰 국공립 박물관과의 협의를 통해 관람료를 인상 ·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강하다.

사립박물관 스스로도 박물관끼리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위적이고 턱이 높은 박물관이 아니라 역사와 예술, 시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지속적인 테마전시와 연구,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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