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어제였다. 오랜만에 선운사에 들렸는데, 선운사 경내에서 보물 탱화 보호각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주지스님 거처하는 처소에 바로 옆에다 짓는 것도 문제지만, 더군다나 천연기념물인 동백나무 전경을 가릴 수 있는 곳에 짓는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을 누군가 허가해 주었을 텐데, 이런 것에는 둔감한 것이 문화재위원회인가 싶었다. 선운사 경내에는 마침 가을 단풍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많았다.
주지스님을 뵈려고 잠깐 들렸을 때, 공사장 근처를 들렸는데 출입을 제한하지 않아 관광객은 무시로 드나들었다. 마침 대들보, 즉 상량을 하는지, 타위 크레인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위험천만했다. 그곳으로 작업자들은 계속 오가고 그런 틈틈이 관람객들도 거리낌 없이 무시로 드나들었다.
그뿐 아니었다, 대들보에 목조 건물에는 피해야 하는 볼트 박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건축에서는, 특히 문화재공사에서는 연정이라는 나무대못을 박는 게 상식이었다. 나는 의아해서 작업반장(이 사람은 안전모도 쓰지 않았다)이라는 사람에게 왜 볼트를 박느냐고 물었더니, 틀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박는다고, 또는 틀어진 나무를 잡아주기 위해 목조 건물에 볼트를 박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건조가 덜 된 나무를 대들보로 쓰는 게 아닌가?
마침 주지스님도 안 계시고, 나는 안전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을 둘러보면서 문화재 공사 안내판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 구석자리에 처박아 놓다시피 하였다. 거기다 소화전 앞은 강관으로 입구를 막아놓다시피 했고, 공사장에는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작업일지는 비치되어 있지도 않고, 작업자는 지금 무슨 공사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고창군 문화재 과에 선운사 문화재 공사 현장관리에 대하여 묻자 엉뚱하게도 업자 편에 서는 게 아닌가. 볼트는 나중에 다시 뺄 것이라고, 그렇다면 애초부터 무엇 때문에 박았는지, 궁색하게도 연정을 박기 위한 구멍을 내려고 박았다는 업자의 말만 대변하고 있었다. 이런 상식도 없는 문화재 과 직원도 있단 말인가. 애초부터 박질 말았어야 한다. 구멍은 치목과정에서 미리 내놓았어야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공무원이나 문화재 업자나 요즘 문화재 판의 업자들은 너무 힘들다고, 품셈이 낫다는 등, 공사가 까다롭다는 등 온통 불만만 가득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작년의 현등사에 이어서 오늘 선운사까지 도대체 문화재 공사의 가장 기본을 안 지키면서 뭣이 이리도 불만인가.
우리의 세금으로 밥을 먹고 살면서 제 멋대로 공사를 하는 이런 업자들 때문에 기본을 잘 지키고 법규에 충실한 선량한 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더군다나 스님들에게 거액의 상납금을 주고 공사를 챙기고, 그러니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이런 문화재 업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문화재 공사 현장관리는 엉망이 될 것이다. 이런 업자들은 영구히 문화재 현장에서 퇴출 시켜야 한다. 나는 이 문제만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기관에 문제 제기를 할 것이고, 특히 청와대에 이 문제에 대하여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다.
자신들의 권리 운운하기 이전에 제발 기본을 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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