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개발, 2018년 국정감사에서 김수민 의원의 한복과 더불어 핵심 이슈로 떠오른 키워드다.
송파 갑의 박인숙 의원이 부른 김홍재 풍납토성 주민 대표는 안민석 위원장의 배려로 국감 사상 유래가 없는 13분에 걸친 증인심문을 통해 사적지 내 자신들의 터전에서 겪어온 애로 사항을 토로했다. 가야문화권 개발 사업도 풍납토성과 마찬가지로 갖가지 민원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문화재청의 각종 정책과 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데서 오는 현상이다. 국민들은 가야 문화권 사업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만 기억하지 문화재청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 이런 국가적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홍보는 이제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알리고, 홍보를 통해 당위성을 역설해야 한다.
이전에도 본 방송국에서는 몇 차례에 걸쳐 문화재청의 부실한 정책 홍보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아직도 수년째 제자리 걸음중이다.
홍보가 정책을 만든다. 홍보가 또한 국가정책을 올바른 방향의 지표를 만들어낸다.
좋은 정책을 아무리 기획하고 만들어내면 무엇하는가? 홍보가 부족해서 좋은 정책이 사장되면 그 역시 국가의 손실이다. 우상호 의원이 국감에서 지적한 문화재 안내판, 문화재청의 각종 산하기관 홈페이지 문제 역시 원론적으로 홍보 마인드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다.
문화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화유산 채널의 기능을 더욱 확대해서 관변적인 태도를 버리고 각종 매체와 유기적 연결체를 만들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언론 출신 청장의 장점을 살려 문화재 정책을 홍보하는데 새로운 감각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이번 2018년 국감에서는 예년과 달리 국회의원들의 문화재에 대한 마인드가 많이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문화재의 보존에만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활용과 관광자원화에 대해서도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수차례 강조했지만, 문화재는 박제화 시키면 오히려 더 훼손된다. 문화재마다 숨어 있는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해서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문화재 활용이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활용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끝으로 손혜원 의원이 지적한 해남 미황사 천불도 훼손 문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거론된 바 있는 사안이다. 2016년에 미황사 대웅전의 벽화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원본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특정 업자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이 주원인으로 거론됐다.
문화재가 훼손되었는지, 아니면 적법한 보전처리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수리업자의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국감에서 다시 거론되며 주목을 받은 만큼 문화재청 내부적으로 깊은 반성과 더불어 법과 제도를 투명하게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국감은 정재숙 청장에게는 성공적인 데뷔 무대라 보여 진다. 몇몇 질문에 소신 있게 답변하다 보니, 너무 당당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무리 없는 답변으로 국감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 문화재는 본격적으로 활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오랫동안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던 문화재청장의 이력이 무엇보다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그동안 소홀했던 정책 홍보에도 감각을 발휘해서 무사히 업무에 안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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