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人터뷰 15편 - 이광복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
상태바
문화재人터뷰 15편 - 이광복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
  • cpn문화유산 문화재TV
  • 승인 2019.05.02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JSA 법당 무량수전,통일의 길목에 위치한 평화의 상징”

 

 

남북 평화의 흐름 속에서 그 맥을 함께한 작업들
문화재를 넘어 문화를 창조해가는 사람들
[인터뷰] 이광복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

 

 


2018년 4. 27일.
북한 최고지도자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지역으로 왔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오가는 모습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4.27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남북평화의 흐름 속에서 인상적인 작업을 선보였던 이광복 도편수(문화재수리기능입협회 이사장)를 만나봤다.

고려시대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무량수전은 공동경비구역 내 위치한 유일한 상징적 군법당으로 6.25전쟁 참전 희생자들의 추모공간으로 2017년 완공됐다.
참전용사의 값진 희생에 감사와 경의의 마음을 담은 높이 62.5cm 위패,
조국통일과 세계 평화의 발원을 담은 무게 625관의 ‘평화의 종’,
남북의 경계이자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통일의 길목에 위치한 JSA 법당 무량수전,
이광복 도편수는 민족의 아픈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매순간 정성을 다해 무량수전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2017년 3월 31일, JSA법당 무량수전 낙성법회 모습

남과 북이 함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의지를 담은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정자,
한미양국의 우정과 평화, 화합을 위해 버지니아에 완공한 ‘코리안 골든벨 가든’ 등
그의 작업은 남북평화의 흐름, 그 속에서 맥을 함께 하고 있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상량식에 참석한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 박남영 주독 북한대사 모습
▲베를린 자유대학교 상량식에 참석한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 박남영 주독 북한대사 모습

지금도 몇 년째 미국 동부 지역 최초의 한국 사찰인 뉴욕 원각사를 짓고 있는 이 도편수. 자신이 만든 건축물을 보며 고향을 떠나온 이들에게 고향을 되살리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역사의식까지 일깨우기에, 작업에 더욱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뉴욕 원각사 상량식 진행을 맡은 이광복 이사장

올해 2월, 이광복 도편수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13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국내외를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의 손에 들린 건 세월이 묻어나는 연장이 아니라 마이크였다.

▲집회 중인 이광복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

문화재청은 2018년 1월 12일, 문화재수리 경력 및 실적관리 등의 업무 수탁 기관으로 문화재수리협회를 지정했다.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소속 문화재수리기능인 9,000여 명의 경력관리업무를 2015년 출범한 문화재수리협회가 맡게 된 것이다.

이광복 이사장은 “문화재수리업을 운영하는 대표들 중심으로 구성된 수리협회가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기능인들과 장인들을 평가하는 상황이다”며 우려했다. 나아가 잘못된 기능인의 경력관리는 문화재 훼손이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화재청의 문화재기능인 경력관리 주관단체 선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소속 기능인 500여 명이 문화재청 앞에서 문화재기능인 경력관리업무 위탁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아래는 지난 10일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사무실에서 이광복 이사장과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 JSA 법당 무량수전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세요?
“남북 흐름의 중추적인 부분을 어디서부터 풀어내는 게 좋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공동경비구역(JSA)에 무량수전이라는 고려시대 사찰을 지었어요.
이곳이 한 25평 되는데, 전쟁 참전한 국가(군인)의 위령, 말없이 죽어간 학도, 이름도 성도 없이 전쟁에서 사라져간 무명용사들. 그 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습니다.
사실 전쟁을 치르고 국가에서 (이제야) 위령비(공간)을 만든다는 건 어떻게 보면 늦었죠. 굉장히 늦은 감이 있지요. 늦게나마 이런 것들을 했다는 것에 사실 자부심을 느껴요.”

- 무량수전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이게 굉장히 특별합니다. 6.25 참전국이 16개국이에요. (법당에) 16개국의 위패를 모셨어요. 6.25니까 위패의 높이가 62.5cm. (평화의) 종 무게도 625관이에요. 6.25와 관련된 것들로 구성을 했기에 아마 위패를 모심과 동시에 우리나라에도 평화가 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바로 공동경비구역(JSA) (무량수전이) 준공이 나고 이후 굉장히 남북 교류가 활성화 되면서 지금까지 왔죠. 이건 저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명운과 관련이 있다 생각해요. 제겐 그런 믿음이 있어요.”

- 무량수전 작업,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JSA공동경비구역은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곳이에요.(하지만)사전에 출입증을 발급해서 우리 일하시는 분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문제를)협력하니까 전혀 문제없이 일할 수가 있었어요.
취지가 좋기 때문에 누구도 사회적 이의를 다는 분이 없어서 일사천리로 1년 만에 준공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굉장히 신속하고 빨리 할 수 있었어요."

▲베를린 자유대 상량식에 참석한 이광복 회장, 한명숙 전 총리, 주독 남북대사

- 베를린 자유대, 미국 코리안 벨 가든, 뉴욕 원각사 등 해외 활동이 많은데?
“뉴욕에서 원각사 대웅전 상량을 하는데 (교민들)900명 정도가 상량식에 참석했어요. 어떤 분은 40년, 어떤 분은 30년 만에 우리 문화행사를 치뤘는데, 그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왔잖아요.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국가와 고향, 한국인이라는 자긍심,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어야 되는가 그런 부분들이 아주 염려스럽지요.
상량식을 마치고 맨해튼 시내를 걸어가는데 교민이 갑자기 인사를 해 와요. 저는 모르는 분인데, ‘도편수님이시죠?’라고. 그럴 때는 참 뿌듯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 우리 교민들의 마음 속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그 정체성. 자기가 한국인이라는 DNA에 있는 역사의식을 살려놓고 왔다는 말입니다.
뉴욕에서 (저를 알아보는 교민을 만났을 때)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구나, 나는 그저 상량을 한 것은 아니라 우리 문화를 전달했구나 (생각합니다).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뉴욕 원각사 작업 모습

- 올 2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예, 제가 걸어온 길은 (아마도) 우리 장인들이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온 길일 거예요. 자존심을 지키며 열심히 달려왔기에 협회 회원들이 저를 이사장에 당선시켜주었죠. (취임 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보니, 우리 (기능인들의) 위상과 권리를 좀 더 높게 대변하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거기에 대해 지금 고민하며 발전된 방향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2019년 2월 20일, 이광복 신임이사장(가운데)이 전 이사장으로부터 협회깃발을 전달받아 흔들고 있다>

- 문화재기능인,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는?
“한국문화재기능인이란 이렇게 보시면 가장 좋은 표현일거에요. 찬란한 전통문화의 맥을 솜씨를 통해, 보전하고 수리하고 그 기능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주는 기능자, 기능 장인들이에요.
기능인협회는 문화재 애호사상을 기르고, 보존과 수리에 앙양(정신이나 사기 따위를 드높이고 북돋움)하고, 기능의 전수를 위해 교육하고, 작품전을 통해서 기능의 전수, 기능의 맥을 발전시켜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2일부터 문화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계신데?
“집회는 사실 제일 중요한 팩트가 (기능인들의)경력관리에요.
우리 협회는 31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문화재를 다루는 장인들의 모임이에요.
기능을 애호하고 보전하고 또 관련 기능들을 관리해서 책을 만들어 교육하고, 이런 것들을 우리가 31년 동안 지금까지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2년도 안된 단체(문화재수리협회)가 기능인들의 경력관리를 한다는 것은 사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에요.
과연 실용성 있는 경력관리가 될 것이냐. 또 실용성 없는 경력관리는 결과적으로 문화재에 해악을 끼친단 말이에요. 그 해악이 불을 보듯, 명약관화하단 말이에요. 그것을 우리가 보고 느꼈을 때, 가만히 있어서 안 될 사항 같아서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입니다."

- 문화재수리협회의 기능인 경력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 경력관리가 왜 나오냐 하면 종합심사낙찰제가 있어요.
종심제라고 해요. 그 종심제를 통해 우수한 기술자, 기능자들을 뽑아 국보, 보물을 수리하는데 활용한 자산으로 활용하려니까 이제 그들의 경력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됐죠.
기능인은 회사 소속 기능인들과 회사에 소속되지 않는 기능인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지금까지 일을 해왔어요.
우리들은 모든 현장에서 직접 그 사람들과 일을 같이 했기 때문에 실제적인 기능인의 경력을 검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경력관리는 진짜 이 사람이 일을 했나 안했나 알 수 있는 우리 협회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생각해요). 우리가 회의 때마다 문화재청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정단체라고 법에 명시되어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수리협회에 주는 것은 문제가 있죠“

▲지난 4월 2일, 집회에 참가한 500여 명의 문화재기능인
▲지난 4월 2일, 집회에 참가한 500여 명의 문화재기능인

- 기능인의 경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잘못된 경력관리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어요.
왜냐하면 회사에 소속된 기능인 중에 제대로 문화재를 수리 일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들이 경력관리에 포함되는 경우죠, 그렇게 되면 전통기법에 맞는 수리 보존이 아니라 전통 기법과 상관없는 수리기법이 사용될 확률이 크다는 거죠.
당연히 전통기법이 아니면 문화재 훼손이 되는거죠. 이게 더 잘하겠다고 만든 법이 악법이 되는거죠. 부실화 되어 버리는 거죠.
또한 실제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배제되고 회사에 소속된 기능인들만 혜택을 본다는 거죠.
그런 부분이 차후에 발생하면 그건 전적으로 문화재를 다루는 문화재청에 책임이 있겠지요.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거에요."

- 기능인의 경력관리, 어떤 식으로 되어야 하나?
“수리협회가 하느냐, 기능인협회가 하느냐,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실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된다는 거죠. (그러니) 타협을 해보자는 겁니다.
이게 우리가 악법도 법이니까 지켜야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제도가 잘못되어 있으면 제도를 고쳐야 해요. 지금 시대는 악법도 지켜야하는 시대가 아니에요. 그것들을 제도 개선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으니까 제도개선을 하잔 말이에요.
(이를 위해) 앞으로도 문화재청과 계속해서 대화를 해나갈 겁니다.”

▲제 14회 문화재기능인작품전에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이광복 이사장
▲제 14회 문화재기능인작품전에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이광복 이사장

- 협회 이사장이 된 후 바라본 소속 기능인들의 현실은 어떤가요?
"한마디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요. 국가에서 보호를 안 해주니까. 현실은 거리의 장인들이에요. 기능인들을 위한 보존 정책이 없어요.
제가 (해외에서) 열심히 국가를 위해 (일하며) 느낀 건 무형의 가치가 홍보 효과가 굉장히 크다는 거예요. 제가 건물을 지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고 우리의 가치를, 기능인협회의 가치를, 무형이 유형(문화재)을 만들어내는 가치를 조금 더 알아주고 보존 정책에 애정을 가져달라, 기능인들이 활동하는데 자존심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달라. 이 생각이 듭니다.
의식과 의례, 이와 관련된 직들은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올 수 없어요. 솜씨는 한번 사라지면 올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10일, 사단법인 문화재기능인협회 인터뷰 중인 이광복 이사장
▲지난 4월 10일, 사단법인 문화재기능인협회 인터뷰 중인 이광복 이사장

- 한 사람의 기능인으로서, 협회의 대표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화와 문화재는 장인(기능인)들이 만들어왔어요. 후대가 (지금보다) 행복하고 더 투철한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런 생각으로 제 역할이 뭔지를 고민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제가 가진 기능으로 최선을 다해서 (문화재를) 만들어내고, 이것들이 후대에 참 행복한 문화국민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심정으로 작업을 했을 기능인들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