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스님용 호화놀이터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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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스님용 호화놀이터로 전락
  • 관리자
  • 승인 200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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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서,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 경내에 불법 골프장과 테니스장이 만들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수행에 정진해야할 스님들이
골프장과 테니스장을 설치해놓고 여가를 즐기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두 설치물은 엄연히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채
지어졌다.








▶ 불국사 경계 100여 미터 앞 골프장 위치




문제가 되는 건물은 불국사 경내 북쪽, 스님들의 거처인 정혜료(定慧寮) 앞에 설치돼 있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채 스님들의 거처로 쓰고 있는 이 공간은 세계유산, 국립공원, 사적명승 구역 내에 있으며 다보탑, 석가탑이 있는 대웅전과 직선거리
200미터에 불과하다.



불국사는 ‘사적 및 명승 1호’로 지정돼 있어 체육 시설과 같은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변경할 때는 경주시와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신청을 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시설물은 불국사 경계에서 불과 100여 미터에 자리잡고 있는데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구역 500미터 시설물
설치는 법적인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불국사 측은 이와 관련, 허가 요청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국사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5분 전에 출장 나갔다”, “주지 스님은 출타 중이시다”는 말로
진술을 회피했다. 사건 경위와 이후 처리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경주시청 문화재과 이채경씨와의 통화에서는 “우리도 몰랐다. 허가를 안 받고
골프장을 지은 건 잘못이지만 직접적으로 문화재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밖에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곧 철거한다니까 그거면 된 거
아니냐”는 답변을 전했다. 지난 2일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불국사 내 테니스장과 골프연습장은 문화재보호법 뿐만 아니라
자연공원법, 전통사찰보호법 모두 위반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4일, 불국사 측에 철거와 원상복구조치를 통보한 것으로 밝혔다.

 



경주 토함산에 자리잡은 불국사는 신라 불교문화의 핵심지로서, 경덕왕 10년(751)에 짓기 시작하여 혜공왕
10년(774)에 완성하였다. 그러나 조선 14대 선조 26년(1593) 임진왜란으로 목조건물 모두가 불타버리는 참상을 겪었다. 이후
극락전, 자하무, 범영루 등의 일부 건물만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1969년에서 1973년에 걸친 복원작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불국사 경내에는 다보탑과 석가탑 외에도 국보 22호 연화교・칠보교, 국보 23호인 청운교・백운교 등 수많은 한국 중요 문화재가
보존되고 있다.



매년 수백만의 내외국인 방문객이 우수한 한국불교문화를 관람하기 위해 찾는 불국사에 이러한 시설이 있다는 것은 합법・불합법 판단에 앞서
역사의 상징인 문화재 보호 인식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보호・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이런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