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매를 통해 환수된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日影圓球)’ 공개

2022-08-18     이경일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지난 3월 미국 경매를 통해 매입한《일영원구(日影圓球)》를 818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에서 언론에 공개하고, 기존에 열리고 있던 환수문화재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7.7~9.25)’을 통해 19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일영원구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희귀 유물로,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초 소장자이던 일본 주둔 미군장교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사무총장 김계식)은 작년 말 해당 유물의 경매 출품 정보를 입수한 이후 면밀한 조사와 문헌 검토 등을 거쳐 지난 3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 이 유물을 낙찰 받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球形)의 휴대용 해시계라는 점, 전통 과학기술의 계승·발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 ▲ 명문과 낙관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과학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먼저, 반구(半球)의 형태로 태양의 그림자를 통해 시계를 확인하는 영침(影針)이 고정되어 있어 오로지 한 지역에서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와 달리, ‘일영원구는 둥근 모양인 원구(圓球)의 형태로 두 개의 반구가 맞물려 각종 장치를 조정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당시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일영원구(사진=문화재청)

 

전문가 검토에 따르면 일영원구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림줄(사진 2, 3)*로 수평을 맞추고, ▲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하여 북쪽을 향하게 한 후, 위도조절장치(추정, 사진 4)를 통해 위도를 조정한 뒤, 횡량(사진 5)에 비추는 태양의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현재의 시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쪽 반구에는 12(十二支)의 명문과 96칸의 세로선으로 시각을 표시였는데, 이는 하루를 1296(, 15)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의 시각법을 따른 것이다. 또한 정오(正午) 표시 아래에는 둥근 구멍(시보창[時報窓], 사진 6) 있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의 반구를 움직이면, 이 창에 12지의 시간 표시(시패[時牌])가 나타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로 지정된 자격루와 혼천시계에서도 12지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보(時報) 장치를 둔 사실로 미루어보아 조선의 과학기술을 계승하는 한편, 외국과의 교류가 증가하던 상황 속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이 고안된 유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원구에 새겨진 선과 명문의 정확한 용도, 구체적인 작동 원리 등 새로운 유물사·과학사적 내용들은 향후 추가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밝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영원구는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과학유물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쪽의 반구에는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하였다(大朝鮮開國四百九十九年庚寅七月上澣新製)’는 명문과 함께, 상직현 인(尙稷鉉印)’이 새겨져 있어, 18907월 상직현이라는 인물에 의해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상직현(尙稷鉉, 생몰년 미상)은 고종대 활동한 무관으로 주로 총어영(摠禦營) 별장(別將)과 별군직(別軍職) 등에 임명되어 국왕의 호위와 궁궐 및 도성의 방어를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유물이 제작된 시기인 조선후기의 주조 기법과 은입사 기법 등의 장식 요소가 더해진 점도 주목된다. 네 개의 꽃잎 형태로 제작된 받침에는 용, 항해 중인 선박 그리고 일월(日月)’이 상감되어 있어(사진 7), 향후 금속공예다양한 방면의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영원구8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2022. 7. 7.9. 25.) 특별 전시를 통해, 앞서 지난 달 환수되어 공개된 조선 왕실 유물 보록과 함께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며, 추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구·전시 등에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국외에 있는 중요 한국문화재를 적극적으로 발굴, 조사하여 선제적으로 보호·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