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처리 현장]엔가드, 석탑 보존처리 현장을 가다

2010-05-12     관리자
한번 손상된 문화재를 완벽하게 원형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발생하는 환경적, 생물적, 물리적 요인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과학기술’을 이용해 문화재의 손상을 최대한 ‘예방’하고, 최대한 원 상태로 ‘회복’시켜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분야를 문화재 보존과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과학의 역사는 불과 30여년이다. 제대로 된 연구기관과 관련 업체가 생긴 것도 최근이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해 관련 기술은 현재 아시아에서 선두적인 위치에 올라있고, 문화재 보존과학을 업으로 삼는 업체도 지난 2000년 2곳에서 2010년 25곳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아직도 보존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정책적인 지원 부재는 보존과학계에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문화재 보존과학업체 엔가드의 ‘안동 임하동 동삼층석탑’ 보존처리 작업 현장을 찾아 문화재 보존처리가 왜 필요한지,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는지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안동 임하동 동삼층석탑 (경북 유형문화재 제105호)




석조문화재는 목조문화재에 비해 관리에 소홀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석재에도 수명이 있다.



“돌 내부의 탄산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서 빠지게 되면 내부는 스폰지처럼 부슬부슬한데 바깥에는 그 물들이 증발하면서 칼슘 층을 형성해 더 단단해 보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균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사이로 수분이 침투해 겨울을 지나면서 동파가 되고 맙니다.”







엔가드 최준형 차장



석탑 군데군데에 덧발라놓은 시멘트는 탄산칼슘 성분을 많이 갖고 있는데, 탄산칼슘이 녹아 나오면서 변성작용을 일으켜 돌의 표면을 빠르게 침식시킨다. 또 시멘트가 떨어질 때 석재를 같이 물고 떨어지기 때문에 훼손이 더 심해질 수 있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석탑 손상모습



석조문화재는 훼손 양상에 따라서 이끼나 지의류에 의한 생물학적 훼손과 산성비 등으로 발생하는 화학적인 훼손으로 나눌 수 있다.



“지의류는 석재를 분해해 그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하는데요. 돌을 고운 흙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잘못 제거할 경우 석재 표면을 유실시킬 수 있어요. 화학적 훼손은 주변에 공장이 많다거나 요즘같이 산성비가 심할 때 산을 함유한 비가 내리면서 돌 자체를 녹아 흐르게 만들면서 표면을 유실을 시킵니다.”



석재 표면의 지의류를 제거할 때는 증류수를 사용해 표면을 1~2시간 정도 불리고 하나하나 직접 긁어낸다. 화학약품을 사용할 경우 석탑에 손상이 가고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석탑 하나에 5명이 달라붙어 한 달을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의류를 긁어내고 칫솔로 잔존물들을 제거하면서 미소토양들을 걷어내서 다시 한 번 세정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제거를 했는지 볼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진행한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반복해서 조금씩 제거합니다. 문화재 손상을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세척 작업


석탑 옥개석 부분은 균열부에 대한 수지처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먼저 에폭시 수지 원액을 균열부에 주입해 채워 넣은 후, 탈크를 섞은 수지를 표면에 맞춰서 메워 넣고 표면은 석탑과 같은 재질의 석분을 섞은 재료를 가지고 마감처리 합니다. 동종 석분으로 마감처리를 하는 이유는 외관상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수지 혼합 과정


주제와 경화제는 2:1의 비율에 맞춰 혼합하는데, 이 비율이 정확히 맞아야 충분한 강도가 나온다. 주제와 경화제의 혼합물인 에폭시 수지를 균열부에 흘려 넣고 그 위를
에폭시 수지에 탈크와 실리카파우더, 석탑 동종 석분을 섞은 수지로 메운다. 경화 시간은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고 보통 24시간~48시간이 소요된다.










수지 처리 작업








▲ 작업 후 모습


균열을 메울 때는 육안으로 언뜻 봤을 때 구분이 안 될 정도로만 처리하는데, 원래의 석탑표면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메워버리면 왜곡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존 과학에서는 균열이 발생한 그 자체를 원형으로 본다.



“균열이 발생한 현황 그 자체를 물려주되, 더 발생을 하면 표면 유실되기 때문에 현재 상태 있는 그대로 더 이상 진행은 되지 않도록 그렇게 보존을 하는 것이 보존 과학의 목표죠.”






[Interview : 문화재보존과학업체 엔가드 한병일 대표]




- 문화재 보존과학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00년 2월 달에 문화재보존업 허가를 문화재청에 받았습니다. 문화재를 하기 이전에는 해충에 관련된 일을 했었습니다. 목조문화재의 흰개미에 대한 피해가 2000년도에 전국적으로 대두해서 흰개미로 시작했다가 그 부분이 전체적인 보존업으로 확장돼서 현재까지 이르게 된 거지요.







엔가드 한병일 대표




- 10년 동안 보존과학 업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10년 전에는 단순하게 보존업이라고 하면 훈증하는 것, 말 그대로 목조에대해서 해충을 죽이는 그러한 단순업으로 밖에 평가받지 못 했었고, 지금 10년 후의 문화재 보존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국보, 보물의 문화재를 현상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상당히 종합적이고 실제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많은 전환이 되었죠.



- 보존과학업의 범위는 무엇입니까?

보존과학업에서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서 다시 후손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하는, 상당히 광의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떤 부분이 훼손돼서 이것 자체를 그대로 보존하기 어려울 때 그 부분들을 교체한다거나 새로 짓는 것은 보수단청업에서 맡고 있고, 새로운 것을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에서 여러 가지 과학적인 조치를 해서 그대로 유지시키는 모든 분야의 작업을 보존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질로서는 석조, 지류, 금속, 목조 등 여러 가지로 총괄적인 분야에서 그 부분을 새롭게 대체하지 않고 현상 그대로를 유지시키고 강화시킬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보존과학업이라고 합니다.



- 현재 보존과학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 입니까?

2000년도에 저희가 시작할 때 두 번째로 회사를 등록했습니다. 그때는 회사가 둘이었지만 지금 정확하게 10배가 넘어서 2010년도 오늘 현재 25개 회사가 등록되어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문화재 보존과학업체 25개 업체가 모여 보존과학업협회를 만들었습니다.



- 보존과학업계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문화재 보존과학업은 기존에 자리를 잡아왔던 보수나 보수단청업에 비해서 아직 인식적인 부족이 있습니다. 보존과학의 절실한 필요성에 대한 부분들이 아직 넓게 퍼져있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부분이고, 기술적인 개발이라던가, 여러 가지 예방적인 기술 조치를 늘려나가야 되는 것. 이런 것이 앞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문화재수리법이 새롭게 변경됐는데, 보존과학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에 있던 문화재보호법상에서는 보수단청업, 보존과학업, 실측설계부분들이 같은 선상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종합과 전문으로 나눠지는 단계에서 보수단청분야만 종합으로 되고, 나머지 분야가 다 전문분야로, 전문업종이라는 것이 보수의 한 업종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어있습니다. 보존과학은 분명히 상당히 광의의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넓은 부분인데 보수의 한 부분에 예속되어있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엔가드 한병일 대표



- 엔가드는 보존과학분야 가운데 어떤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까?

시작 자체는 2000년도에 흰개미로 시작을 했지만 종합적인 보존과학업의 솔루션을 하고자 한 기본적인 목표를 가지고 처음에 접근했던 것이 석조문화재에 대한 보존처리였습니다. 그 부분에서 지금 10년이 넘게 재질적으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두 번째로 저희 회사의 특성 중에 하나는 어떻게 처음에 상태를 조사하고, 처리하고 나중에 관리하는지에 대한 총괄적인 솔루션을 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을 가진 것이라고 할까요.



- 10년간 보존과학업에 종사하면서 기억에 남는 작업들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지금 안타깝게도 불이 난 보물 1호 숭례문의 경우, 2004년도에 홍예석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접합하거나 다시 원형으로 그런 것들을 조치하는 부분들이 국보 1호이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위에 목조부분들은 많이 탔지만 아직도 홍예석의 접합한 부분들은 건실하게 잘 붙어있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의 어떤 사명감을 갖게 됩니다. 또 국보 3호인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지금 원품 자체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되어있지만 표지석을 복제품으로 설치하는 일을 저희가 직접 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은 문화재 보존과학업이 단순하게 기존의 문화재를 보존 조치하는 것을 넘어서 복제라든가 그런 부분들까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런 일들이 나름대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성과라고 할까요.



-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지금 나름대로 여러 회사들이 나름대로의 전문분야를 갖고 있지만 엔가드는 단일 분야의 재질적인 특성화보다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현 상태 조사부터, 예방, 실제 보존처리, 상위 어떤 관리 최종적으로 활용적인 측면의 대안 제시까지 문화재의 보존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보존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그런 부분들을 실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보존처리 회사가 됐으면 합니다.



- 보존처리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보존과학업이라는 것이 지금 훼손된 부분들에 대한 보존 조치만이 아니라 앞으로 더 훼손되지 않게끔 하는 사전 예방적인 조치, 또 관리적인 조치가 앞으로 더 선행되어야 되고 더 넓은 부분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각 회사들이 갖고 있는 나름대로 갖고 있는 전문적인 것을 특화해서 그 부분들을 보다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경험을 더 많이 갖는다면 시장 자체도 외부의 인식과 아울러서 더 커지고, 국민에게 존경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직종이나 분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