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30년 뒤, 한옥 지을 사람이 없습니다“ - 김영성 전라남도 무형유산 대목장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맥을 이어온 대목장(大木匠).
이들의 손을 거쳐야 궁궐, 사찰, 한옥 같은 목조 건축물이 지어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남지 않았다.
"대목장은 단순한 목수가 아닙니다. 건축을 설계하고, 자재를 선정하며, 공사의 감리까지 맡는 총감독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 건축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후대에 제대로 전수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이가 있다.
2021년, 전라남도 무형유산 대목장으로 지정된 김영성 대목장은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故 고택영(국가 무형유산 대목장)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전통 건축을 배웠고, 이후 40년 넘게 한옥과 문화재 복원에 매진하며 우리 전통 건축의 명맥을 이어왔다.
대목장이라는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대.
김영성 대목장은 "돈만 생각하면 제대로 된 한옥을 지을 수 없다"라며 현대 건축 시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대목장의 세계와 전통 건축의 위기, 그리고 한옥이 다시 살아남을 방법을 알아봤다.
✅대목장, 한옥의 뼈대를 세우는 장인
Q. 대목장이라는 직업이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중요한데, 솔직히 일반인들은 생소한 직업입니다. 대목장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A. "나무를 다루는 사람을 ‘목수’라고 하죠. 이 목수 중에서도 건물의 구조를 담당하는 사람을 ‘대목’, 실내 가구나 창호를 만드는 사람을 ‘소목’이라고 합니다. 대목은 한옥의 뼈대와 기둥, 보, 추녀 같은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하죠.
그중에서도 기술과 경험이 뛰어난 사람을 ‘대목장’이라고 부릅니다. 대목장은 건축 설계부터 공사 감리까지 맡는 총책임자로, 한옥이 전통 방식에 따라 완성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옥 건축에서 대목장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설계자이자 감독이며, 전통을 계승하는 장인이다. 대목이 정확해야 한옥이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대목과 소목의 작업 단가에도 차이가 있나요?
A. "글쎄요, 단가 차이라기보다는 대목이 작업량이 많다 보니 보수가 더 높은 편입니다. 집을 지을 때 대목은 기둥, 보, 추녀 등 건축의 기본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합니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리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수도 상대적으로 높죠.
반면, 소목은 창호나 가구 같은 내부 요소를 제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업량이 적습니다. 그래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대목이 크고 복잡한 작업을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가도 높아지는 것이죠.“
✅스승 고택영 선생에게 배운 대목장의 철학
Q. 20살에 故 고택영 선생님의 제자로 들어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A. "선생님께서는 항상 ‘돈 욕심을 내지 마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재료를 아끼거나 공정을 빨리 끝내려고 하면 건물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스승님께서는 우리가 집을 지을 때 “상량문(집을 지을 때 상량대에 새기는 글)에 자기 이름을 새기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가르침 덕분에 저는 항상 건축을 할 때 정직한 재료와 올바른 공법으로 짓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김 대목장은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옥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건물의 크기, 높이, 기둥과 보에 사용할 나무의 종류까지도 자연에 맞춰 선정해야 하죠.
예를 들어, 곡재(曲材, 휘어진 나무)는 처마를 길게 빼는 데 적합하고, 수직성이 강한 나무는 기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전통 건축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완주 화암사 극락전(국보), 화성 용주사 대웅보전(보물), 용인 법륜사 대웅전(신축) 등 수많은 한옥 건축과 문화재 복원에 참여했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Q.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자재비 절감을 위해 저렴한 재료를 쓰거나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목장님도 그런 유혹을 받은 적이 있나요?
A. "그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단가를 낮춰서 집을 지어달라’고 하면,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합니다.
그런 타협은 전통 건축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건축주는 견적을 받을 때 ‘가장 저렴한 곳’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문화재나 전통 건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후대에 남겨야 할 유산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중간 정도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장 적절한 대목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은 돈 욕심이 많고,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적정한 가격’과 ‘정직한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40년 넘게 수많은 건축물을 짓고 복원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참여하신 건축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A. "완주 화암사 극락전입니다.
이 건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항(荷抗) 기법’이 적용된 국보입니다. 처마를 더 길게 빼서 건물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인데, 중국과 일본에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유일한 사례죠.
이 건물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옛 건축 기법을 깊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는 정조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화성 용주사 대웅보전을 해체하고 복원했던 경험도 이야기했다.
"이 건물은 200년 동안 단 한 번도 해체된 적이 없었어요.
처음 부연개판(판재)을 뽑았을 때, 다시 사용된 못 자국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고 ‘이 건물은 정말 처음 그대로구나’라고 느꼈죠."
✅"전통 건축이 사라지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김영성 대목장은 과거 전남도립대학교 한옥건축학과,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Q. 현재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계신데,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요?
A. "전통 건축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 제 밑에서 7명의 젊은 제자들이 배우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20~30년 뒤를 생각해 보면 암담합니다.
한옥이 멋있다고들 하죠? 그런데 정작 이걸 짓고, 복원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결국 외국에서 기술자를 불러와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한옥은 한국의 전통 건축인데, 몇십 년 후에는 외국인이 한옥을 복원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거죠. 이걸 막으려면, 국가적인 지원과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옥이라는 건축 양식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전통 건축의 맥을 잇기 위해 후학을 양성하고, 전통 기술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영성 대목장의 손길이 닿은 건축물들이 수백 년 후에도 우리의 곁을 지켜줄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