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BTS 효과’에 하루 5만 인파’ 붐비는 경복궁 이면에 국가유산청 개방형 행정의 효과도 있었다.

2026-04-13     이민규

과거 국가유산 행정의 상징이 '두꺼운 서류뭉치'였다면, 2026년 현재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을 상징하는 단어는 '현장'과 '개방'이다. 행정과 규제의 틀에 갇혀있던 조직이 현장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면서, 사찰과 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국가유산청이 젊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3월 19일 오후 광화문 월대를 방문해 3월 21일 BTS 공연의 안전상황을 점검한 후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 "BTS가 열고 국가유산청이 차렸다" 하루 5만 3천 명의 기적

 

최근 경복궁은 그야말로 'K-컬처의 심장'이다.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 이후, 우리 궁궐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은 폭발적인 수치로 증명됐다.

 

지난 3월 29일,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은 하루에만 무려 5만 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평소 관람객 대비 2.5배를 웃도는 수치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BTS 공연 이후 경복궁 관람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현장에서 생생히 느끼고 있다"며 "국민과 세계인이 일상 속에서 궁궐과 왕릉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보존에만 급급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유산을 적극적인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겠다는 개방형 행정의 효과로 보인다.

 

■ ’경복궁 화재 대응의 교훈 인력 부족 한계 속 최선의 사투 평가도

 

이러한 ‘현장 주의’ 행정의 성과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최근 발생한 경복궁 화재 당시, 국가유산청이 보여준 즉각적인 대응 시스템은 추가 피해를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와 디테일한 관리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돋보였던 점은 사고 발생 직후 현장 위주로 가동된 ‘즉각 대응 시스템’이다. 보고 절차에 얽매이기보다 현장 판단을 우선시한 기민한 움직임 덕분에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라는 현실적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지만, 시스템이 ‘현장’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응의 질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느껴진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3월 28일 새벽에 발생한 경복궁 자선당 삼비문 화재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함께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보수조치를 지시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 "인력난 속에서도 현장은 뛴다" 학계·불교계의 지지

 

학계와 불교계는 국가유산청의 이런 변화를 반기고 있다. 지난 11일 남양주 사릉에서 거행된 고유제 현장에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통도사와 범어사 등 주요 사찰과 지방의 문화유산 거점마다 청장을 비롯한 핵심 인력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장 위주의 대응 시스템이 돋보인 것은 사실이나, 이번 화재에서 드러났듯 CCTV 사각지대 보완과 현장 보안 인력 확충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로 보이는데 이에 국가유산청은 2026년 예산을 전년 대비 증액 편성하며 재난 안전 관리와 긴급 보수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결국 해답은 다시 ‘현장’에 있다. 5만 명의 관람객을 수용하는 대담한 개방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촘촘한 안전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위기 속에서도 빛난 현장 대응력을 바탕으로 국가유산청이 이번 진통을 어떻게 혁신의 동력으로 삼을지 대중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3월 28일 새벽에 발생한 화재로 쪽문의 보조기둥 등이 피해를 입은 경복궁 자선당 삼비문. (사진=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