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처님 자비, 담을 그릇이 없다" 동화사 공양간, '입식 공양' 내몰린 사연

2026-04-22     이민규
공양간에 들어가는 방문객들 (사진=cpn문화유산)

 

-서서 먹는 공양, 동화사의 서글픈 민낯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 식판을 든 채 빈 자리를 찾아 헤매다 결국 구석에 서서 수저를 드는 고령의 신도들. 영남 불교의 중심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의 보고인 이곳에서, 한국 불교의 정수인 ‘나눔의 미학’은 협소한 공간이라는 현실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대구 동화사 공양간(식당) 앞은 구도의 열기 대신 허기를 견디는 인내의 장이었다.

 

공간이 협소한 대구 동화사의 공양간 모습 (사진=cpn문화유산)

 

■ '입석'으로 때우는 거룩한 한 끼

 

공양간 내부로 들어서자 풍경은 더욱 처참했다. 빈 자리를 찾지 못한 신도들은 퇴식구 옆이나 정수기 근처에 위태롭게 서서 수저를 놀렸다. 현장에서 마주한 사찰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깊었다. 찾아오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공양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이 사찰의 당연한 도리이자 소명이나, 현재의 시설로는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동화사는 이미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배식 시간을 늘리고 동선을 정리하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공간 자체의 한계는 사찰의 자구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사찰에서 공양은 식사 그 이상의 행위다. 만드는 이의 정성과 먹는 이의 감사가 만나는 수행의 연장이다. 하지만 지금 동화사의 공양은 '전쟁'에 가깝다. 좁디좁은 공간에 욱여넣듯 앉은 사람들 사이로 서둘러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여유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점심 공양시간 길게 늘어선 줄 (사진=cpn문화유산)

 

■ '국가유산'이라는 화려한 이름표의 역설

 

아이러니하게도 동화사는 보물급 국가유산을 다수 보유한 소중한 자산이다. 방문객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사찰의 위상은 높아졌다. 하지만 그 위상에 걸맞은 '환대의 공간은 과거에 멈춰 있다.

 

수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교구 본사가, 찾아온 이들에게 편히 앉아 밥 한 끼 먹을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종교가 행해야 할 첫 번째 자비가 아닌가.

 

서서 공양중인 신도의 모습 (사진=cpn문화유산)

 

■ 국가유산청, 이제는 ‘사람’을 보라

 

이제 공은 국가유산청으로 넘어갔다. 사찰이 겪는 이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언제까지 종교 단체 내부의 문제로 치부할 것인가. 동화사가 세계적인 명찰로서 그 위상을 지키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과 신도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서서 먹는 공양’은 동화사의 수치가 아니라, 우리 국가유산 관리 행정의 현주소이자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러니 ‘유연한 공간 확장’이나 ‘현대적 공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부처님의 자비가 식판을 든 신도들의 발끝에 머물지 않고, 따뜻한 식탁 위에서 피어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리가 없어 입식공양을 하는 모습 (사진=cpn문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