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에 지친 당신이 대구 동화사 '그렝이질'을 봐야 하는 이유

2026-04-24     이민규

-자연을 굴복시키지 않은 조선 목수의 지혜 ‘대웅전’, 그리고 민족의 상처를 품은 ‘통일약사여래대불’

 

대구 동화사 대웅전 (사진=cpn문화유산)

 

대구 팔공산의 깊은 골짜기, 겨울에도 오동나무 꽃이 피었다는 전설을 품은 동화사(桐華寺)에는 수수께끼 같은 풍경이 있다. 하나는 너무나 투박해서 눈길을 끌고, 다른 하나는 너무나 거대해서 숨을 멎게 한다. 보물 제1563호인 '대웅전'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통일약사여래대불'이 그 주인공이다.

 

대구 동화사 대웅전 (사진=cpn문화유산)

 

■ "반듯한 것만이 정답인가?" 조선 목수가 던진 질문 '대웅전’

 

동화사의 심장부인 대웅전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단청이 아니다.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이다. 요즘 건물처럼 매끈하게 잘 빠진 기둥을 기대했다면 당황할지도 모른다. 대웅전의 기둥들은 하나같이 울퉁불퉁하고 제각각 휘어져 있다.

 

이것은 실수일까? 아니면 재료가 부족했던 것일까? 정답은 '존중'에 있다. 1727년(조선 영조 3년) 당시 이 건물을 지었던 목수들은 산에서 자란 나무의 곡선을 억지로 펴지 않았다. 대신 바닥돌의 모양에 맞춰 나무 밑동을 깎아내는 '그렝이질'이라는 고난도 기법을 선택했다.

 

자연이 만든 곡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오래된 건축물은,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완벽주의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조용히 묻고 있다. 3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굽은 기둥들은 그 어떤 반듯한 쇠기둥보다 견고하게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부족한 대로, 생긴 대로가 가장 아름답다"는 조선적 미학의 정수다.

 

대웅전 현판 (사진=cpn문화유산)

 

■ 민족의 상처를 품은 아파트 10층 높이 불상

 

대웅전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옮기면 전혀 다른 차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1992년 완성된 통일약사여래대불이다. 높이만 33m,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하는 이 불상은 무려 5,000톤의 화강암을 깎아 만들었다.

 

33미터나 되는 세계 최대 석조약사여래불 (사진=cpn문화유산)

 

왜 이렇게 거대하게 만들어야 했을까? 답은 이름 속에 있다. '약사여래(藥師如來)'는 불교에서 중생의 질병과 고통을 고쳐주는 부처를 뜻한다. 동화사 공식 사적(寺蹟)에 따르면 1990년 착공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민족 화합과 통일'을 발원하며 세운 불상으로 기록되어 있어 분단의 아픔이라는 민족의 큰 병을 고치고, 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다 보니 그 크기도 세상에서 가장 커진 셈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등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통일'이라는 키워드가 종교적 상징물에 강하게 투영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동화사는 이렇게 상반된 문화유산을 가진 사찰이다. 한쪽엔 손때 묻은 투박한 나무가 있고, 다른 쪽엔 압도적인 스케일의 불상이 있다. 팔공산에서 만난 이 두 유산은, 우리에게 '여유'와 '염원'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장소다.

 

불상 앞에서 기도 중인 신도들 (사진=cpn문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