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소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용주사가 축제 날 증명해냈다

2026-05-18     이민규

지난 16일 치러진 '2026 화성시 연등음악축제'는 천년고찰의 고즈넉함과 록 페스티벌의 열기가 기묘하게 공존한 현장이었다. 화성시불교사암연합회가 주최하고 화성시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낮 동안 부모은중경 인경 체험과 탄소중립 프로그램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문화 부스로 문을 열었다. 이어 야간에는 전기뱀장어, 럼블피쉬를 비롯해 소찬휘와 노브레인 등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대중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며 경내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화성 연등음악 축제 현장 (사진=cpn문화유산)

 

■소찬휘·노브레인 열광 속 굳게 닫힌 대웅전 그 뒤에 숨은 사연

 

하지만 수천 명의 인파가 환호성을 지르며 스탠딩 콘서트를 즐기는 무대 바로 뒤편에는 묘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사찰의 주불전이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대웅전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던 것이다. 용주사는 이번 음악제 기간 동안 대웅전 내부 출입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축제 전날 본지가 보도한 대로, 대규모 대중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분별한 훼손이나 낙서를 막고 최근 교계 안팎을 긴장하게 만든 일부 타 종교인의 의도적인 방해 행위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많은 관람객을 모아야 하는 지역 축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문화유산의 문을 잠근다는 선택은 자칫 축제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밤이 깊어지자 이 판단은 축제의 중심을 잡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축제의 가벼운 들뜸 속에서도 고찰 고유의 엄숙한 아우라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화성 연등 음악축제 관람석 모습 (사진=cpn문화유산)

 

■전국 국가유산 훼손 몸살 속, 축제와 보호 공존 모델 제시한 용주사

 

그동안 전국의 수많은 국가유산이 대중화와 관광객 유치라는 명분 아래 무분별하게 개방됐다가 낙서 테러를 당하는 등 몸살을 앓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용주사의 단호한 선택은 문화유산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문화유산을 향유한다는 것은 무조건 내부로 밀고 들어가 만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거리를 두고 아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축제라는 열린 공간에서 증명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