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없는 절이 '국가지정 전통사찰'? 대전 중암사 대체 어떤 곳이길래

건축적 희소성 지닌 ‘인법당’ 구조 "그 격에 맞는 온전한 평가 시급“ 법당과 스님 숙소가 한 지붕에? 전국에 몇 없는 ‘인법당’ 대전 중암사

2026-05-20     이민규

지난달, 탈출한 늑대 ‘늑구’ 소동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전 오월드. 그 소란스러웠던 현장과 인접한 대전 중구와 충남 금산군의 경계, 천비산(해발 465m) 동쪽 자락으로 접어들면 세상의 소음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적막한 공간이 나타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인 ‘중암사’다. 이곳에는 화려한 단청이나 웅장한 대웅전이 없다. 대신 소박한 전각 하나가 숲속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과 스님들의 생활 공간인 ‘요사채’가 하나의 건물 안에 스며든, 이른바 ‘인법당(因法堂)’ 구조를 가진 사찰이다.

 

규모는 작지만, 중암사는 그 역사적 연원과 문화적 가치를 일찍이 인정받아 이미 국가 지정 전통사찰(대전시 지정 전통사찰 제28호)로 등록된 곳이다. 지난 5월 19일 찾은 중암사 경내는 거대한 사찰 건물 배치(가람 구조)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는 한국 불교가 과거 척박한 민간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숨 쉬고 명맥을 이어왔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중암사 인법당 (사진=cpn문화유산)

 

▒ 한 지붕 아래 깃든 수행과 일상, 인법당의 건축적 가치

 

보통의 사찰은 법당과 스님들의 거처가 분리되어 있다. 반면, 인법당은 과거 산세가 험해 공간이 좁거나 사찰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탄생한 특수한 건축 양식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사찰의 규모가 커지고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그 결과, 원형에 가까운 인법당 구조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사찰은 이제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중암사의 인법당은 단순히 공간을 ‘압축’한 것을 넘어, 수행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생활 수행’의 정신을 건축물로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불교 건축사적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중암사 설명 (사진=cpn문화유산)

 

▒ 18세기 부도 6기가 증명하는 문화유산적 격조

 

중암사의 진짜 가치는 사찰 한 켠에 정조준하듯 세워진 6기의 부도(승려의 사리를 모신 석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의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부도들은, 당대 석조 미술의 흐름은 물론 중암사의 사격(寺格, 사찰의 위상)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핵심 유산이다. 훌륭히 보존된 18세기 부도 군락과 근대 선불교 최고봉인 경허선사의 사료가 공존한다는 사실은, 중암사가 아직 대중에게 전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물'임을 방증한다.

 

중암사 부도 (사진=cpn문화유산)

 

▒ ‘희소성’을 넘어 가치의 재조명이 필요한 때

 

사찰 건축학적으로 중암사 인법당은 대형 사찰 중심의 조선 후기 불교 양식 속에서, 지형적 특성과 실용성을 결합해 낸 독보적인 유산이다. 신라 때부터 이어진 유구한 역사, 조선 후기 석조 예술의 정수인 부도군까지 모두 갖춘 인법당은 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천비산 동쪽 자락에서 수백 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대전 중암사. 작지만 단단한 이 사찰이 품은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가, 이제는 단순한 유지·관리를 넘어 그 격에 맞는 온전한 평가와 체계적인 보존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중암사 부도 설명 (사진=cpn문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