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부처님 오신 날 종교 행사 넘어 지역 상생 축제로 4만 인파 운집한 용주사

2026-05-26     이민규

불기 2570년(202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화성 용주사(龍珠寺)가 단순한 종교적 공간을 넘어 경기 남부권 시민들이 하나 되는 거대한 지역 문화의 장으로 거듭났다.

 

용주사 법요식 (사진=cpn문화유산)

 

■ 종교의 벽 허문 다채로운 발길 "가족·청년층 북적"

 

지난 24일 거행된 봉축 법요식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 연등 행렬까지 약 4만 명(주최 측 추산) 이상의 인파가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수치적으로 대폭 증가한 규모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경내는 흡사 대형 문화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불교 신자들만의 종교적 의례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족 단위의 시민들과 타 종교인, 청년층까지 다채로운 인파가 용주사를 찾았다. 경내 곳곳에 마련된 전통문화 체험 부스와 시민 참여형 공연 등은 종교적 엄숙주의를 넘어 대중과 호흡하려는 현대 사찰의 유연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역학생들 장학금 전달식 (사진=cpn문화유산)

 

■ 복지관부터 의료진까지 총출동 '나눔과 체험'의 현장

 

정조효노인복지관과 아르딤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등은 현장에서 먹거리 판매 부스를 운영하는 한편,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름의 이해, 존중의 실천, 자비의 마음'을 주제로 한 퀴즈를 비롯해 연꽃 만들기, 오색실 묶기, 볼펜 공방 등의 체험 부스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웃을 향한 나눔 활동도 전개됐다. 경내 한편에서는 불우이웃과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3000배 릴레이' 및 종이접기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봉축 법요식의 의미를 더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만큼 안전사고에 대비한 조치도 이루어졌다. 동탄시티병원 측이 현장에 직접 의료지원 부스를 차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사찰 고유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용주사 측은 템플스테이와 연계한 요가 및 명상 강좌 안내 부스를 별도로 마련해, 일상 속 치유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법요식에 참석한 정치인들 (사진=cpn문화유산)

 

■ 정조의 '효(孝)' 스토리텔링 화성시의 새로운 문화 구심점

 

이러한 폭발적인 호응의 배경에는 용주사가 가진 독특한 역사성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중창한 '효행 본찰'이라는 스토리텔링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가족의 평안과 화목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보편적인 정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화성시는 최근 가파른 인구 유입과 도시 발전 속도에 비해 지역민을 하나로 아우를 역사·문화적 구심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시점에 용주사가 2만 5천 명의 발길을 이끄는 거점 공간으로 도약한 것은, 지역 사회 문화 인프라로서 전통 사찰이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처님 오신 날 부스 운영 (사진=cpn문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