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은 함께 태권도는 각자 무형유산 누가 먼저 등재하느냐보다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중요하다

2026-11-04     이민규

북한이 신청한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연말 결정된다. 남북 공동등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과거 두 나라가 함께 신청한 씨름과 각각 이름을 올린 아리랑·김치 문화 사례도 다시 살펴볼 만하다.

 

■ 남북한, 태권도 각각 등재 신청

 

북한은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한국도 올해 3월 31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라는 명칭으로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신청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태권도가 한반도에서 발전해 세계로 확산한 무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청은 태권도장의 수련문화와 사범·수련생 사이에서 이어지는 기술과 규범, 공동체적 전승에 초점을 맞췄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11월 2일 북한이 신청한 태권도가 유네스코 평가기구 심사에서 등재 권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남북 공동등재는 현재 남북 관계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2018년 씨름, 남북 공동 신청으로 결실

 

태권도와 비교할 만한 사례는 2018년 남북이 함께 등재한 씨름이다.

 

남북한은 당시 각각 준비하던 씨름 등재 신청서를 하나로 통합해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같은 해 11월 26일 모리셔스에서 열린 제13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양측의 공동 신청을 받아들여 씨름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유네스코는 당시 남북한이 각각 준비한 신청서를 통합해 공동으로 등재한 것을 전례 없는 사례로 소개했다. 씨름이 남북한 모두에서 이어져 온 전통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함께 알린 것이다.

 

■ 아리랑과 김치, 각자의 이름으로 등재

 

남북한이 반드시 공동으로 신청해야만 같은 문화적 전통을 유네스코 목록에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리랑과 김치 문화는 서로 다른 시기에 각각 등재된 사례다.

 

한국은 2012년 '아리랑, 한국의 서정민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북한도 2014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를 별도로 등재했다.

 

김장 문화 역시 비슷하다. 한국은 2013년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를 등재했다. 북한은 2015년 '김치 담그기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목록에 올렸다.

 

두 사례는 남북한이 공동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각 지역에서 이어져 온 전승 방식과 공동체의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별도 등재가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유네스코 등재가 소유권을 정하는 절차는 아니다

 

유네스코가 운영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은 각 공동체가 이어온 무형유산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보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다. 2013년 유네스코는 대표목록이 특정 유산의 우수성이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시했다.

 

태권도 역시 등재 순서만으로 그 문화적 기원이나 권리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이 제출한 신청서에는 각 지역에서 이어져 온 수련 방식과 전승 공동체의 특성이 담겨 있다. 심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내용과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 등이 검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