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화도장엄의 길 5(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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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온 화도장엄의 길 5(마지막회)
  • 이경일
  • 승인 2020.02.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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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꽃을 유난히 좋아했다. , 집과 집 사이의 담장에 연분홍빛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던 살구나무 꽃을 좋아했고, 마당가에 수국이 환하게 피면 행복했다. 담장 밑에서 하늘거리는 봉숭아꽃을 보면 저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지며, 마음도 즐거웠다.

영결식 꽃작업
영결식 꽃작업

 

초등학교 시절 학교 미술 시간에 처음으로 종이꽃을 만들어본 것이 지화와의 첫 인연이었지만, 마을의 초상 때마다 종이꽃을 만들어 상여를 장식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16살에 출가하여 절의 스님들 눈에 든 손재주로 꽃과의 인연이 계속 되었다. 불가에서의 꽃 공양은 보는 사람들의 감동과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 으뜸가는 공양으로 꽃이 귀했던 시절에 한지에 일일이 물을 들여 만든 지화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이 우리 불가의 전통이었다.

 

1981년 홍제동에서 백련사를 창건하던 해 10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생전에 상여 장식 꽃을 만드는 것을 보았던 27살의 정명은 손수 만든 지화로 아버지의 상여를 꾸며서 보내드렸다. 그 일을 계기로 큰 스님들의 입적 때마다 상여와 다비장, 영결식을 장엄하며, 전통지화를 계승하고 전승하는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사찰 영결식 꽃상여
사찰 영결식 꽃상여

 

전통으로 이어져온 지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계승하는 일이 시급했다. 문헌이나 그림을 통해 고증을 거친 지화를 만들어 재현하며, 전통 지화가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왔던 우리 민족의 귀한 문화유산임을 알게 되었다. 깊은 깨달음은 지화전승을 위한 체계적인 조직을 설립하게 하였고, 불교지화장엄전승회를 창립하여 전통 지화의 꾸준한 전승 강의와 전시회를 개최해올 수 있게 하였다.

지화전승 현황
지화전승 현황

 

전통 지화의 보급과 전승활동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정명스님의 손, 지문이 보이지 않는다. 그 작은 손은 평생 쉬지 않고 움직인 작업의 결과로 투박하다. 곳곳이 꽃을 만들다가 난 상처로 생긴 흉터뿐이다. 곧 닳아 없어질 것만 같은 투박한 작은 손의 움직임 끝에 화사하고 고운 종이꽃이 피어난다. 바로 우리가 아끼고 전승해야할 문화유산, 전통 지화이다.

지화장 정명스님
지화장 정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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