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예산 1조원을 넘겼는데, 그 위상은 제고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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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예산 1조원을 넘겼는데, 그 위상은 제고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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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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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로고 (사진 = 문화재청)
문화재청 로고 (사진 = 문화재청)

 

필자는 지금도 기억한다. 러시아의 유명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문화재청에 입사한 이래 국회담당이랍시고 찾아온 이춘근 국장이 나를 찾아온 일이 있었다. 당시 한창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당시 문방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정병국 의원에게 지도 아닌 교육을 받던 시절이었다.

 

전국 문화재를 답사하고, 당시 최문순(현 강원도지사) 선배가 MBC에 차장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문화재 관리 실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화재 관리가 엉망이라고, 그런 상황을 엮어서 특집으로 방송에 내보낸 직후였다.

 

방송의 영향으로 이 과장(이춘근)은 문화재청이 거의 공황상태라고, 좀 살살 다뤄주라고, 이걸 해결할 방안은 문화재청을 ‘차관 청’으로 승격시키면서 위상을 제고 시켰으면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며칠 고민했다. 물론 의원에게도 이 같은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MBC 최문순 선배를 만나서 문제해결 방안으로 ‘차관 청’으로 승격시켰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고 언론에도 협조를 구했다.

 

같은 위원회 모든 의원 실에도 협조를 구하고, 기재부하고도 사전 연락을 하는 등, 참 열심히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덧 세월이 참 많이 흐른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예산이 겨우 3천억을 넘겼을까. 그랬는데, 어느덧 문화재청 예산이 1조원을 넘겼다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늘어나는 예산에 비해 무언가 미진한 느낌은 계속 남아 있다. 바로 문화재청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다. 선도적 행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신의 틀 안에 갇혀 임기만 때우면 된다는 식으로 행정을 펼치는 몇몇 직원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호되게 혼을 내고 싶다.

 

명승 제40호 담양 소쇄원 (사진 = 문화재청)
명승 제40호 담양 소쇄원 (사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의 문제, 현재도 현직 문화재 위원이 소쇄원을 비롯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가 터지고 난 후에, 문제가 있다면……이라는 말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으니, 1조원의 예산 시대를 맞는 문화재청의 앞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어디 그뿐이랴, 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적절한 예산 집행, 또 올바로 쓰여야 할 곳의 예산은 구태여 지출해서 나중에 자신에게 문제로 여파 되지 않을까 하여, 수차례 지적에도 엉덩이 딱 붙이고 책상에만 앉아 있으니, 황소처럼 일을 하던 이춘근 국장의 기억이 아련해진다. 

 

역전의 용사들, 문화재청의 소규모 예산으로도 어떻게 하든 문화재청의 입장과 국민(문화재 관리단체)의 입장과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했던 운영의 묘, 문화재청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녹봉을 받는 ‘을’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갑’인 국민들의 문화재 향유 권리, 문화재를 민족의 자긍심으로 여기게 만들 것인지 진정 고민했으면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모아 준 1조원의 예산이 아깝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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