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보존과 목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목조건축에는 단청이 기본조건이 된다. 단청은 목재의 표면이 갈라지거나, 부식과 충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등 오방색의 안료를 사용하여 궁궐이나 사찰 등 건물의 벽면과 부재 면에 여러 무늬와 그림 등으로 장식하는 것을 단청이라 한다. 단청은 건물에 위엄성과 신성성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런 단청 일을 하는 사람을 ‘단청장’이라 부르며, 일반 단청장은 ‘어장(漁杖)’이라고 하며, 승려인 경우에는 ‘화승(畵僧)’이라 부른다. 특히 불화에 숙달된 승려는 ‘금어(金魚)’라고 부른다.
단청장 만봉(萬奉)이치호 스님을 소개하고자 한다. 1909년 종로에서 태어난 스님은 단명의 사주팔자를 타고 난 까닭에 집안의 5대 독자였음에도 이른 6세의 나이에 출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만봉이라는 법명을 받았으며, 타고난 예술적 자질로 자연히 불교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24년 조선후기 전통화사의 맥을 계승한 인물로 한말 이후 금강산 화맥을 이끌어온 불화 단청계의 거장 금어 예운선사를 만나 그림을 사사받게 되었다.
20세에 스승의 하교로 처음 책임을 맡아 시공한 단청불사 건축물은 평양 황건문(黃建門)을 옮겨 복원한 서울 조계사의 일주문이었다. 실력은 인정받은 스님은 그 이후 일제 강점기에 금강산 표훈사 16나한전 금단청을 비롯하여 강원도, 황해도, 경기도, 서울 등 유수 사찰의 주요 전각에 금단청을 시공하였다. 광복이후에도 전국 사찰과 사당, 궁궐 등의 금단청을 장엄하였다.
만봉스님이 작업한 사찰 단청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경복궁의 경회루, 남한산성, 공주 마곡사 등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색상이 화려하고 초가 다양하며 세밀하다. 가장 독특한 문양은 단연 머리초(긴 부재의 양 끝부분에 넣는 무늬) 양식으로, 머리 문양에서 빛을 상징하는 휘색대의 형상을 직선으로 도안하는 것은 스님만의 독보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만봉스님이 단청에 탁월한 공적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불화작으로 기초를 탄탄히 닦은 결과이다. 평소 불화작업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히 단청의 기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만봉스님은 1972년 국가 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2006년 5월 서울시 서대문구 봉원사에서 입적했다. 스님 문하에는 이세환, 이인섭, 홍창원, 박정자, 양선희, 김정순, 배정숙, 김창순, 이형기, 박귀영 등의 제자들이 화업을 계승하고 있다.
날씨가 곧 풀리는 봄에는 경북궁의 경회루나 사찰을 둘러보며, 단청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