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모습을 닮은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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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모습을 닮은 보물
  • 이경일
  • 승인 2020.03.2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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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615호 강화 장정리 여래입상(江華 長井里 石造如來立像)

강화군 하점면 봉천산 아래에 고려 후기의 불상으로, 보물 제615호 강화 장정리 여래입상이 있다. 여래입상은 전각 안에 모셔져 있고, 그 둘레에 아담한 돌담을 쌓아 정갈하게 정비하였다.

보물 제615호 강화 장정리 여래입상(사진=CPN문화재TV)
보물 제615호 강화 장정리 여래입상(사진=CPN문화재TV)

 

두꺼운 화강암의 판석에 돋을새김의 여래입상은, 민머리의 정수리 부분에 상투 모양의 작은 머리(육계)가 솟아 있다. 타원형의 얼굴에는 살이 올라 있어 눈··입의 표현이 다소 둔중해 보인다. 귀는 비사실적으로 길며, 목이 짧아 3줄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가슴까지 내려와 있다. 고려 불상으로는 드물게 투박하며, 근엄해 보이는 특징이 있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은 두껍게 표현되어 신체의 굴곡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오른손은 허리 아래로 내려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고 있고, 왼손은 가슴 앞으로 들어 손가락을 구부리고 있다.

 

고려시대 마을 사람들이 빨래를 하는 연못에 어느 날 한 여인이 빨래를 하러 가니, 함이 떠있었고, 함안엔 사내아기가 있었다. 여인은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다 임금님께 아이를 바쳤고, 임금님은 아이의 이름을 봉우라고 짓고 잘 기르라고 하였단다. 봉우는 자라서 나라에 많은 공을 세웠고, 그의 5대손 봉천우가 할머니의 은공을 갚기 위해 봉은사를 짓고 화강암에 할머니를 닮은 석조여래입상이 새겨졌다는 훈훈한 전설이 있다.

여래입상이 모셔진 전각과 그 주변이 잘 정비되어 있다. (사진=CPN문화재TV)
여래입상이 모셔진 전각과 그 주변이 잘 정비되어 있다. (사진=CPN문화재TV)

 

여래입상은 평판적이고 선으로 조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불상으로, 모든 면에서 단순화, 생략화 되는 점이 시대가 내려가는 것을 말해준다. 양감이 있는 얼굴, 짧은 목, 움츠린 어깨, 형식적인 옷주름 등에서 고려시대 불상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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