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장 김경호씨, 무형문화재로 인정 받다
상태바
사경장 김경호씨, 무형문화재로 인정 받다
  • 김민석 기자
  • 승인 2020.04.01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경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문화재청)
사경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사경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을 예고하고, 김경호(金景浩, 남, 1963년생, 서울 서대문구) 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하였다.

 

이번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 ‘사경장’은 불경(佛經)을 쓰는 사경(寫經) 기술을 가진 장인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경의 역사는 삼국 시대 전래된 불교의 경전을 세상에 널리 보급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하였는데, 8세기 중엽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스스로 공덕(功德)을 쌓는 의미로 변화하였다. 통일신라 시대 때(745~755년)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이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가 국교(國敎)가 되면서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복을 기원하기 위한 사경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고려사(高麗史)』등에 따르면 국가에서 사경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관을 운영하였고, 당시 사경은 국가 최고의 역량을 동원한 당대 문화의 집약물이었다.

특히,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등 금자(金字)․은자(銀字) 형식의 사경이 많이 제작되었고, 충렬왕 대에 중국에 수백 명의 사경승(寫經僧)을 파견하는 등 대외적으로 고려 사경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다. 조선 시대에는 숭유억불(崇儒抑佛)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쇠퇴하였으나, 일부 왕실과 사찰에 의해서 명맥은 유지되었다.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 변상도(變相圖) 제작, 표지 장엄 세 가지로 구성되며,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의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
사경 제작에는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에 대한 숙련된 기능은 물론이고 경전의 오자·탈자가 없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장기간의 제작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에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경호 씨는 40여 년간 사경 작업에 매달려온 장인이다. 과거 사경은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했었지만, 지금은 재료 준비, 필사, 회화를 한 명이 모두 하는 형태다. 그는 오랜 기간 문헌과 유물을 통해 사경의 재료, 형식, 내용을 연구하고 이를 기술로 승화시켜 1997년 조계종에서 개최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2010년 ‘대한민국 전통사경기능전승자(고용노동부지정, 제2010-5호)’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김경호 씨는 각종 교육 기관에서 사경 관련 강의를 하고, 다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서적을 저술하는 등 사경의 전승을 위해 활동하였다. 아울러 전통 사경체(寫經體)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변상도 등 그림의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신규종목으로 지정을 예고한 ‘사경장’과 보유자로 인정을 예고한 김경호 씨에 대해서 4월 30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취재팀 김민석 기자

kimminseok@icp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