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의 비밀 기록을 품은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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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운동의 비밀 기록을 품은 마애불
  • 이경일
  • 승인 2020.04.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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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1200호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

선운사 도솔암을 지나 도솔봉으로 오르는 길 옆 절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 보물 제1200호로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高敞 禪雲寺 東佛庵址 磨崖如來坐像)이다. 신체 높이가 약 15.7m, 무릎 너비는 약 8.5m로 연꽃무늬를 새긴 받침돌에 앉은 모습이다. 머리 주위를 깊이 파고 머리 부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차 두껍게 새기고 있다.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사진=문화재청)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사진=문화재청)

 

평면적이고 네모진 얼굴이 다소 딱딱하지만, 꼬리가 치켜 올라간 가느다란 눈과 우뚝 솟은 코, 일자로 도드라지게 표현한 입술 등으로 얼굴 전체에 파격적인 미소를 띠고 있다. 목에 3개의 가느다란 주름이 있기는 하지만 상체와 머리가 거의 맞붙어서, 상체 위에 머리를 올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사각형의 상체는 가슴이 넓고 평면적이어서 양감 없는 형태를 보인다.옷은 양 어깨를 감싸고 있으며 옷 주름은 선을 이용해 형식적으로 표현하였고, 평면적인 가슴 아래로는 치마의 띠 매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무릎 위의 가지런한 두 손은 체구에 비해서 유난히 큼직하고 투박하여 사실성이 떨어지는데, 이는 월출산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과 비슷한 고려 특유의 마애불 양식이다. 층단을 이루어 비교적 높게 되어 있는 대좌는 상대에 옷자락이 늘어져 덮여 있으며, 하대에는 아래를 향하고 있는 연꽃무늬를 표현하였다.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은 고려 초기의 거대한 마애불 계통 불상이라는 점과 가슴의 복장에서 동학농민운동 때의 비밀 기록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민중의 기원을 품은 바위벽 불상의 미소가 야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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